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기준금리’ 등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계속 고수할 경우 엔화 가치가 거품경제 붕괴 직전인 1990년 무렵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엔화가치는 올해 들어 10% 이상 하락했으며 28일(현지시간)에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골드만삭스가 지난 25일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앞으로 6개월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5엔 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 일본 거품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하던 199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엔화 가치를 달러당 135엔 수준으로 예상한 바 있으나, 이번에 급락 쪽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골드만삭스는 “BOJ가 금리 인상과는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주식이 적절하게 유지되도록 잘 지원받고 있다”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엔화는 계속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도 엔저의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통화가치 하락이 시장에서 불거지면서 BOJ와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거나 통화정책을 조기에 매파로 전환한다면 약세가 뒤집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엔화 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다른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것과 달리 BOJ가 완화 기조를 이어가며 주요 10개 통화 중 최악의 하락세를 겪고 있다. 28일에도 엔화는 약세를 이어갔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6.52엔으로 장을 마치며 연중 최고치(통화가치 최저치)를 새로 썼다. 하지만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주 미국 잭슨홀미팅에서도 “일본의 기조 인플레이션이 아직 목표치인 2%보다 다소 낮다”며 완화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뜻을 밝혔다. 당분간 엔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는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려면 내년은 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말이면 다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5엔 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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