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다음 달 4일로 예고된 교사들의 ‘우회 파업’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철회 여부를 두고 교사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당초 계획된 국회 앞 대규모 집회는 전면 취소됐지만 일부 교사들은 별도의 집회를 추진하고 연가·병가 역시 기존 계획대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교육감들과 주요 교원 단체들 역시 상반된 입장을 밝히며 교육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9·4 49재 서이초 추모 국회 집회’ 운영팀은 전날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집회를 전면 취소하고 운영팀은 해체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행동은 ‘국회 앞 집회’와 우회 파업 성격의 ‘공교육 멈춤’ 두 갈래로 추진됐는데 이 중 집회를 취소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서울 서이초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후 인디스쿨에서는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연가·병가 등을 통한 우회 파업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매주 토요일 집회를 거듭하며 우회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각 학교는 해당일에 재량 휴업을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인디스쿨에 올라온 ‘9·4 공교육 멈춤 서명’에는 전국 1만 844개교의 교원 8만 3236명이 동참했으며 해당일을 재량 휴업일로 지정한 학교도 전국 504개교에 달한다.
교사들이 9·4 집회를 취소하기로 한 것은 연가·병가 등을 내고 집회에 참여할 경우 불법행위에 따른 징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연일 교사들이 예고한 집단행동을 ‘불법행위’로 규정하며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주에 이어 전날에도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9월 4일 집단행동은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집회뿐만 아니라 우회 파업 역시 취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내홍을 겪는 모습이다. 저녁 혹은 온라인 추모로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과 교육 당국의 엄포에 물러서지 말고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상당수 교사들은 이미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또 다른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감들도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서울·세종·전북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재량 휴업을 지지하는 반면 강원·경기 등 보수 교육감들은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교육감들 사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 교원 단체, 집회 주관 교사의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입장 차이를 해소하자고 제안했다.
교원 단체 간 입장 차도 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교육부의 엄정 조치 방침이 교원들에 대한 ‘협박’이라며 이날 오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평일 일과 중 대규모 집회를 연다면 그간의 우호적 시선이 돌아설 수 있다”며 “학교 근무 일정을 마친 오후 7~8시께 추모제를 갖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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