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년. 올해 7월의 전 세계 평균기온이 과거의 7월에 비해 얼마나 더웠는지 비교하려면 거슬러 올라가야 할 기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가 지구지표기후분석(GISTEMP)을 통해 1880년부터의 전 세계 기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 7월이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더웠다. 1880년부터 143년간 집계한 매년 7월 평균기온보다 0.24도 높았고 1951~1980년의 7월 평균기온과 비교하면 무려 1.18도가 올라갔다. 심지어 한겨울이어야 할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반구도 여름과 맞먹는 수준으로 기온이 높다.
NASA의 판단은 명확하다. 이처럼 높은 7월 기온은 인간이 주도한 지구온난화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것이다. 적도 태평양 동부·중부 해수면 온도가 예년에 비해 2도 이상 높은 슈퍼 엘니뇨 현상이 5월부터 관측된 것도 중요한 원인이지만 지구의 에너지 균형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 엘니뇨의 진폭을 지금처럼 급격히 높인 것은 지구온난화다.
온난화가 그저 더운 날씨를 견디는 선에서만 일상에 영향을 준다면 ‘기후위기’라는 말이 붙었을 리가 없다. ‘푸드플레이션’은 이미 낯설지 않은 단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대표적 식량 작물인 쌀만 해도 그렇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쌀가격지수는 7월에 전월 대비 2.8% 오른 129.7로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8월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FAO는 전망한다. 세계 수출량의 40%를 책임지는 인도가 10년 내 최악의 가뭄에 쌀 수출을 지난달 20일부터 일부 품종에 대해 제한하고 있으며 2위인 태국도 생산량 감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목숨 줄까지 옥죄어 온다. 더워진 기온 속에 전 세계에서 점점 더 맹위를 떨치는 산불이 대표적이다. 영국 더가디언은 115명 이상 숨진 하와이 산불도 극심한 가뭄에다 기후위기에 따른 엘니뇨 여파로 크게 발달한 허리케인이 폭풍을 일으킨 탓에 상황이 매우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부에서도 섭씨 40도를 넘는 더위에 루이지애나주에서만 이번 여름 25명이 온열 질환으로 숨졌으며 네브래스카주에서는 밴에 남겨진 1세 어린이가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기록적 폭염에 대해 “지구가 모든 부문에 걸쳐 비상벨을 울리고 있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산불과 폭우, 폭염이 수십·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올여름의 살풍경은 그간 ‘강 건너 불구경’ 정도로만 여기던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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