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규모 69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 인수 계획을 영국 경쟁당국에 수정해서 제출했다고 BBC 등이 22일 보도했다. 지난 4월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막아세웠던 영국 경쟁당국은 이례적으로 재심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이날 BBC에 블리자드 인수를 위해 영국 경쟁시장청(CMA)에 “이전과 실질적으로 다른 제안을 했으며 이번에는 승인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러 카델 영국 경쟁시장청장도 “MS가 기존과는 매우 다른 내용을 제출해서 검토하기로 했다”면서도 “청신호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MS가 CMA 측에 블리자드의 일부 사업권을 다른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콜 오브 듀티’ 등 블리자드의 기존 게임은 물론 앞으로 15년 내 출시될 게임을 유럽 이외 지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할 권리를 프랑스 게임사 유비소프트에 넘기는 것이 포함됐다. 게임 이용자들이 ‘엑스박스’ 등 MS의 게임기기가 없어도 블리자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CMA가 이 단계에서 심사 결정을 재검토하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CMA는 4월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경쟁 저하가 우려된다며 MS의 블리자드 인수 계약을 불허한 바 있으며, 이에 MS와 블리자드가 법적 대응을 벌여 왔다. 하지만 미 법원에서 MS의 블리자드 인수 거래를 중단하도록 금지 명령을 내려달라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졌다. CMA는 미 법원 판결 후 계약 구조를 바꿔 오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CMA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 후 테크기업들의 거래에 엄격한 입장을 취해왔으며, 이번 MS의 제안 수정은 CMA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CMA는 1단계 심사 결과를 10월 18일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에 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작년 1월 발표 후 1년 6개월 넘게 이어 온 MS의 블리자드 인수 과정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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