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월 통일부 장관 ‘원포인트’ 개각에 이어 두 달 만에 2차 개각을 단행한 것은 더딘 국정과제 추진의 고삐를 조여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올 3월 ‘제3자 변제’를 강제 동원 해법으로 제시해 한일 관계를 복원한 뒤 4월 미국 국빈 방문, 5월 한일 셔틀외교, 6월 프랑스·베트남 순방,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및 폴란드·우크라이나 방문에 이어 지난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정상회의까지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해왔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외교안보 행보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처들의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면밀하지 못한 국정이 노출됐다는 점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의 적자 문제와 맞물려 있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산업부 관료가 포함된 ‘태양광 카르텔’ 감사 결과까지 나오며 공직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지난달 예고된 폭우에도 ‘오송 지하 차도 참사’를 막지도, 제대로된 대처도 못 하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윤 대통령은 미국에서 복귀한 지 이틀 만에 2차 개각을 단행하며 공직 사회에 경고장을 날렸다.
윤 대통령은 방문규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와 장관급인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후보자에게 민생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기업의 ‘기(氣) 살리기’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 (한미일정상회의를) 다녀오시면서 어느 정도 안보, 대외 관계 이런 건 마무리가 됐다”며 “이제부터는 경제다. 국정의 중심은 경제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장관은 무역과 통상,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 반도체와 배터리 등 산업 정책 등을 관장하는 막중한 자리다. 방문규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춰 산업부 쇄신에 나설 예정이다. 방문규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대변인·예산실장·2차관과 복지부 차관, 수출입은행장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다. 비(非)산업부 출신인 방문규 후보자는 산업부에서 인적 쇄신과 수출 회복, 원전 생태계 복원, ‘태양광 카르텔’ 혁파, 한국전력 정상화, 한미일 첨단산업 협력 확대 등 윤 대통령이 강조한 국정과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방문규 후보자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제가 급변하면서 우리 경제의 무역과 투자 환경, 그리고 에너지와 자원 정책의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때 전략적 산업 정책 중요하다. 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책임감을 느끼고 우리 산업부가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인선 소감을 밝혔다.
국무조정실장은 각 부처의 국정과제를 조정하고 주 1회 국무총리와 함께 대통령을 만나 국정 현안을 논의한다. 방기선 후보자는 “앞으로 총리를 잘 보좌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이 우리나라에 잘 구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러 가지 갈등 과제의 조화롭고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인사를 통해 한덕수 국무총리 체제에 힘을 싣는 동시에 ‘차관 직할 체제’를 강화했다는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가 ‘오송 지하 차도 참사’에 책임을 물어 인사 조치를 건의했던 이상래 행복청장을 사실상 경질하고 후임자로 김형렬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을 지명했다. 또 기재부의 실무 최일선에서 일할 1차관에 김병환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내정했다. 국토부와 해양수산부·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환경부에 각각 비서관을 차관으로 임명했던 6월에 이은 ‘실세 차관’ 인사다.
한편 김 비서실장은 추가 개각 가능성에 대해 “당장 8월 중에 연달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 총리를 중심으로 국정과제 실현에 매진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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