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의 이성진 감독이 ‘2023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특별 세션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계 감독으로 미국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이 감독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창의성, 경험을 그대로 표현한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현대 미국 사회에서 동양계가 겪는 불안과 분노를 다룬 블랙코미디다. 세션이 끝나고 만난 이 감독은 “팬데믹을 지나며 분노가 더 만연한 사회가 됐다”며 “하지만 분노를 쌓아둔다면 위험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야 한다”며 “그래야 분노와 좌절감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남 사람들’은 출연진과 제작진의 주축을 한국계가 맡아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캘리포니아, 특히 로스앤젤레스 광역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뤘고, 카카오톡 메시지라거나, 라면 해장 등 한국인이라면 더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됐다. 이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아시아계가 늘고, 다양성의 가치가 뿌리내리며 한국계의 정체성을 지키며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크레딧의 내 이름도 한국식으로 표기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다룬 작품은 이민 2세대 이후에 주목한다. 미국의 자유주의에 기반한 가치와 한국의 유교적·동양적 가치가 충돌하고, 인종 갈등에서 가장 후순위에 밀려 있는 사회를 겪어 온 이민 2세대의 내면의 분노는 매우 격렬하다. 하지만 이들의 분노는 “동양인들은 순종적이고 얌전해야 해”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쉽게 발현되지 못한다. ‘성난 사람들’은 이들의 분노 표출을 날 것처럼 묘사했다. 이 감독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의 내 개인적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단과 대중의 반응 모두 훌륭하다. ‘성난 사람들’은 내년 1월 열리는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작가상 등 13개 부문 후보에 지명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감독은 “2023년에 아시아 제작진·배우가 에미상에서 후보가 됐다는 것은 그저 시작점일 뿐”이라며 “10년, 20년 뒤에 얼마나 더 신나는 일들이 일어날지 생각하면 신이 나고 나도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후속 시즌 기대도 높다. 이 감독은 “매 시즌마다 새로운 불평, 새로운 성난 사람들로 분노를 그려내는 것이 구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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