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10일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막혀버린 흑해 내 곡물 수출길을 열기 위해 무역 선박을 위한 새로운 인도주의 항로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CNBC 등은 이날 우크라이나 해군 측이 지난 8일자 항해 명령에 따라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를 오가는 민간 선박의 새로운 임시항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올레 찰리크 우크라이나 대변인은 흑해에 임시 ‘인도주의적 회랑’을 개설했으며, 첫 선박이 며칠 내로 이 항로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흑해 항만에 봉쇄된 상선들만이 곡물 및 농산물 수출을 위해 해당 항로를 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찰리크 대변인은 “항로는 매우 투명할 것”이라며 “순전히 인도주의적 임무를 띠고 있으며 군사적 목적이 없음을 알리는 영상을 방송하기 위해 선박에 카메라도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흑해에 기뢰와 러시아의 위협에 따른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우크라이나 해군 측은 전했다. ‘인도주의적 회랑’이 러시아와 합의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의 한 곡물 거래상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가 선박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구체적으로 약속하지 않는다면 움직일 수 없다”며 ‘인도주의적 회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중에도 흑해 봉쇄를 풀고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지난해 7월 22일 흑해곡물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국 상품 수출을 보장한 협정 내용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여러 차례 협정 탈퇴를 위협한 끝에 지난달 17일 파기를 선언했다.
러시아는 이후 흑해 및 다뉴브강 일대 우크라이나 항만에 대해 공습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남서부 흑해 항만과 러시아 흑해함대 주둔지인 크림반도를 공격했다. 이처럼 흑해와 크림반도를 둘러싼 양국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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