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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약사편…'제2의 타다'될라" 대통령에 SOS 날린 자판기업체

자동판매기공업협회·도시공유플랫폼, 9일 대통령실에 탄원서 전달

"약사회 반대로 3년 넘게 '상비약 스마트자판기' 실증특례 승인 막혀"

박진석 도시공유플랫폼(주) 대표(왼쪽)가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안전상비의약품 스마트자판기’의 규제 실증 테스트의 진행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김대남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국민통합국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도시공유플랫폼




"약국이 문을 닫은 공휴일이나 심야시간, 국민들의 편익을 위해 개발된 ‘상비약 스마트자판기’의 실증특례 승인이 3년째 막혀 있습니다.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마저 약국 상권을 지키려는 약사단체를 옹호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

판매자와 대면하지 않고 본인인증을 거치기만 하면 안전상비의약품 구매가 가능한 무인자판기를 개발한 업체가 "약사들의 기득권 논리에 부딪혀 ‘제2 타다’의 운명에 처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SOS를 날렸다.

9일 의약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와 도시공유플랫폼(주)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안전상비의약품 스마트자판기’의 규제 실증 테스트의 진행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김대남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국민통합국장에게 전달했다.

탄원서에는 “지난 2020년 '상비약 스마트자판기'와 관련해 국내 최초로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한 시범 테스트 신청했지만 대한약사회의 지속적인 반대와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약사회 옹호로 3년째 실증특례 승인이 가로 막혀있다”는 사연과 함께 "약국 상권을 지키려는 ‘기득권 세력'의 일방적인 주장과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국민 편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혁신적인 '상비약 스마트자판기'가 '제2의 타다'가 될 운명에 처했다"는 호소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 편의점 상비약 판매 10년 지났지만…13개 품목 그대로


안전상비약은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필수 상비약 중 성분·부작용·함량·제형·인지도·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의약품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2012년 11월부터 안전상비약으로 지정된 해열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총 13개 품목을 편의점 등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구입 가능하다. 복지부는 약국이나 병원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 또는 공휴일에 의약품을 구매하지 못해 국민들의 불편이 크다는 사회적 요구가 대두되자 2012년 5월 약사법을 개정했다. 단, 편의점 등 24시간 운영 가능한 점포에서 일정 교육을 이수한 판매자에 의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도시공유플랫폼은 이러한 상비약을 편의점이 아닌 무인자판기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자판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업체다. 자판기 키오스크에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약관에 동의한 다음, 안면정보를 등록하고 PASS 또는 카카오지갑으로 연령인증을 완료하면 키오스크에서 상비약 주문 및 결제를 할 수 있다.

◇ 의약품 오·남용 막으려 ‘인증’ 시스템 개발했지만…약사회 반대 여전




박진석 도시공유플랫폼 대표는 "상비약 자판기를 도서 산간벽지와 약국이 없는 공항, KTX 역사,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도록 허용해 달라는 안건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규제 샌드스에 제출하고 실증테스트를 신청했으나 대한약사회의 반대에 가로 막혀 3년째 고통을 받고 있다"며 "상비약 자판기는 약국 외 장소에서 안전한 상비약을 구매할 수 있는 접근성과 편리성, 선택권을 제고한단 점에서 국민의 구입 편익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인증을 통해 ‘1인, 1일, 1개의 의약품’ 구매가 가능한 제어프로그램과 복약지도 솔루션을 갖추고 있어 의약품 오남용 우려도 없다"며 “약사회는 현행 편의점 판매 상비약의 오용과 남용, 복약지도 미비 등을 지적하면서도 막상 이런 문제점을 혁신적 기술로 해결한 상비약 자판기에 대해선 완강히 반대하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도시공유플랫폼이 개발한 안전상비의약품 자판기의 사용 방식. 사진 제공=도시공유플랫폼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들을 더욱 괴롭게 한 건 "정부부처마저 직역단체의 편"이라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더 안전하고 편리한 시스템을 반대하는 건 집단 이기주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국민보다 대한약사회의 편을 들었다”며 “억울한 스타트업이 생기질 않도록 대통령께서 도와주시길 간곡히 바라는 마음으로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읍소했다.

◇ 2018년 상비약 품목 확대 추진도 ‘불발’…국민들도 접근성 확대 필요성 공감


최근 국내에서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안전상비약 13개 품목이 지정된지 10년이 넘어서면서 품목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는 2012년 7월 13개 품목을 상비약으로 지정하면서 제도 시행 6개월 후 중간 점검, 시행 1년 후 품목을 재조정한다고 예고했지만 지금까지 품목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 지사제, 제산제 등의 상비약 추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품목 확대가 유력시됐지만 약사단체가 의약품 오남용과 부작용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불발됐다. 설상가상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심의위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관련 논의는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5월 18일부터 6월 2일까지 '대한상의 소통플랫폼'을 통해 진행한 ‘국민 건강권 강화를 위한 약 접근권 개선’ 여론조사 응답 현황. 대한상의 소통플랫폼 캡처


안전상비약을 포함한 의약품 구매 접근성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도 상당수 공감하고 있다. 올해 초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편의점 상비약 관련 대국민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상비약 구입 경험이 있는 715명 중 62.1%는 '품목 수가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무인자판기를 통한 의약품 구매에 대한 수요도 확인됐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5월 '대한상의 소통플랫폼'을 통해 진행한 ‘국민 건강권 강화를 위한 약 접근권 개선’ 여론조사에 일반인 2433명이 참여했고, ‘안전상비약 무인자판기 도입’을 원한다는 의견은 33.7%의 지지를 얻었다. ‘지역거점 24시간 약국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46.2%)과 함께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며 상비약 접근성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재확인된 것이다.

고정원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장은 “스마트 자판기를 통해 코로나19,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을 돕고 있는 도시공유플랫폼(주)과 함께 소상공인들에게 더욱 필요한 스마트 자판기 공급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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