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신촌 세브란스 대학병원의 한 간호사가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환아를 위해 ‘핑크퐁’ 아기상어 공연팀을 병원으로 불렀다는 소식이 전해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기상어 모자와 핑크퐁 티셔츠를 입은 채 이 병원 회의실에서 대기하던 환아 A양은 아기상어를 마주하자 그대로 얼어붙었다. 마치 스타를 만난 팬처럼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심장을 인공적으로 뛰게 하는 심실보조장치를 단 것도 잊은 채 춤을 추고 아기상어와 악수를 나눴다.
병원에 따르면 A양은 생후 7개월 때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다. 현재 19개월인 A양은 심실보조장치 기계를 달고 1년 2개월 동안 병원 생활을 했다.
A양은 또래 아이들처럼 아기 상어 영상을 보고 핑크퐁 굿즈를 애용해 병원 관계자 사이에서 이들 캐릭터의 ‘찐팬’으로 통해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아동전문 간호사 이은성씨는 출퇴근길 핑크퐁 아기상어 공연 현수막이 붙은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을 지날 때마다 A양에게도 이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백주념기념관과 A양이 있는 심혈관 병동은 걸어서 1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지만 심실보조장치를 착용한 A양에게는 위험했다.
이씨는 더핑크퐁컴퍼니에 직접 메일을 보냈다. 지난 1일 오전 더핑크퐁컴퍼니에 ‘백주년기념관과 A양이 있는 곳은 정말 가깝다.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공연 끝나고 잠깐 병원에 들러주시면 감사하겠다’. 아이에게 정말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e메일을 썼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흔쾌히 A양을 보러 오겠다는 답장을 보냈다고 했다.
아기상어 공연팀은 지난 3일 오후 3시 20분쯤 병원을 찾아 1시간 10분가량 머물렀다. 공연팀은 감염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해 A양을 포함해 4명의 아이들이 시간차로 만났다.
이씨는 “A양은 아기 상어를 보자 반가워하면서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손도 잡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 A양을 지켜보는 부모님과 직원들이 더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씨는 “오랫동안 함께 해 끈끈함과 애틋함이 남다른 A양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며 “아이가 항상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흥이 많다"고 했다.
공연 당일인 지난 3일 A양의 아버지 B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씨의 미담이 알려졌다. B씨는 "심장 이식 대기가 길어지면서 너무 힘들고 걱정되는 날들이 계속됐는데, 며칠 전 담당 간호사께서 우리 아이가 아기상어를 너무 좋아하는 걸 보고 공연팀에 연락했다"며 이씨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씨는 메시지에서 "A양이 나중에 커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병원에 있는 기다림이 그냥 힘든 시간만은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서운함도 힘듦도 기쁨의 순간이 될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하시고 좋은 생각만 하시라"고 B씨 부부를 위로했다.
B씨는 "신촌세브란스 의료진분들, 공연 끝나자마자 힘든데 와주신 아기상어 배우님과 핑크퐁컴퍼니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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