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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귀신보다 사람이 보이는 드라마 원했죠"

SBS 드라마 '악귀' 김은희 작가·이정림 감독 인터뷰

김은희 작가. 사진 제공=넷플릭스




SBS 드라마 '악귀' 촬영 중인 배우 김태리(왼쪽)와 이정림 감독. 사진 제공=SBS


결국은 인간의 탐욕이었다. 지난달 29일 막 내린 SBS 드라마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드라마다. 12부작 내내 10% 내외의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싸인’ ‘시그널’ 등 탄탄한 장르물을 선보여 온 김은희 작가의 저력을 드러냈다.

7일 서면 인터뷰에서 김 작가는 “기획부터 시작해서 이런 아이템이 괜찮을지, 공중파에서 오컬트를 받아들여 주실지 고민한 부분이 많았다”면서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부족한 부분들도 격려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악귀’는 민속학을 소재로 악귀에 씐 여자 ‘구산영(김태리 분)’과 악귀를 볼 수 있는 민속학 교수 ‘염해상(오정세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산영에게 씐 악귀는 ‘태자귀’로, 1958년 한 마을의 무당이 여자아이를 죽이면서 한 집안이 부를 얻게 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야기의 시작이 탐욕을 위해 아이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에서 비롯된 것처럼 산영과 해상을 둘러싼 사건들도 모두 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드러낸다. 김 작가는 “귀신보다는 사람이 보이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귀신도 한때는 사람이었던 존재니까 그 귀신들에게도 나름의 이야기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장르물의 대가로 꼽히는 김 작가가 악귀와 오컬트라는 장르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김 작가는 “귀신보다 무서운게 사람이란 말이 있지 않나. ‘악귀’는 그런 생각에서 비롯됐던 것 같다”면서 “방황하고 흔들리는 청춘에게서 희망을 뺏아간 범죄자들을 귀신에 빗대어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악귀의 의미에 대해 “누구나 가슴 깊숙이 품고 있는 이기심과 욕망”이라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문을 열었네”라는 말은 중요한 장치로 사용된다. 악귀에게 속아 문을 열어주게 되면 죽음에 이르기 때문.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도 그처럼 한 끝 차이로 세상에 드러난다. 김 작가는 “(‘문을 열었네’라는 대사는) 진짜 문을 연다는 행위를 뜻하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내면 깊숙이 닫혀있는 문을 스스로 열면서 비로소 내 안의 악귀와 마주하게 된다는 의미로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악귀’의 제작진은 산영과 해상에 대해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오컬트 드라마의 톤을 조절하기도 했다. 함께 서면 인터뷰를 나눈 이정림 감독은 “인물들의 첫 등장이나 공간 구현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면서 “또 악귀를 비롯한 귀신들, 상황을 묘사할 때 지나치게 화려한 VFX(시각효과)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익숙하면서도 무섭고 기묘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악귀’에서 배우 김태리는 악귀에 씐 연기를 실감나게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김태리는 대본 리딩 당시 4화 엔딩 장면에서 한강 다리 위에서 해상과 마주하는 악귀의 대사를 처음 연기했다고 했다. 김 작가는 “그때 (김태리가 연기한) 아이의 치기어린 느낌이 너무 좋았었다”면서 “독기 어린 사춘기 소녀, 향이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로 계속 가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연출자의 특별한 디렉팅이 없어도 김태리라는 배우는 120% 자기 몫을 알아서 해내는 배우”라면서 “다만 ‘악귀’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악귀는 절대 악일까, 자꾸 연민이 느껴지는데 그래도 되는 것일까, 향이와 산영이의 공통적인 습관이 있을까, 악귀에 씌었을 때 아이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여야 할까 등 서로 고민한 점들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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