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시공 사태와 관련해 건설 부문의 카르텔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건설 사업 전반에 업계·당국자 간 이권 담합이 뿌리 깊게 박혀 국민의 주거 안전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건설 현장에서 공갈·협박 등을 통해 이권을 갈취하는 일부 건설노조의 행위(세칭 ‘건폭’)를 카르텔로 지목해 근절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시공사, 감리 업체, 관련 당국자들을 향해서도 검찰 수사를 지시함에 따라 현 정부의 ‘카르텔과의 전쟁’이 건설 분야 부패·이익의 고리로 얽히고설킨 ‘건피아’로까지 확전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1일 생중계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이권 카르텔’ 타파를 주문하면서 정부 부처와 사법기관의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LH발(發) 부실 공사에서 보듯 소위 ‘이권 카르텔’이 공생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국민의 주거 안전까지 위협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윤 대통령은 “관계 부처는 고질적인 건설 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아울러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엄정한 행정 및 사법적 제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시가 6박 7일 일정인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를 앞두고 나온 만큼 각 부처는 윤 대통령의 휴가 복귀 시점에 맞춰 이른바 ‘이권 카르텔’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거대 노조의 ‘일자리 세습’, 비리로 얼룩진 태양광 사업에 이어 올해 2월 ‘금융’과 ‘통신’, 6월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시민단체’와 교육 당국과 결탁한 ‘사교육’, 7월에는 정부 ‘연구개발(R&D)’ 나눠 먹기 등 카르텔 타파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사실상 개각 수준으로 대거 교체한 신임 차관 13명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반카르텔 정부’로 지칭하고 “가차 없이 싸워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휴가를 앞둔 윤 대통령이 이날 재차 카르텔 타파를 언급하면서 각 부처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혁신과 개혁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고 누누이 얘기한 바 있다”며 “기득권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혁신과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