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월 초 이틀간 여름 휴가를 떠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수해 피해 복구와 다음 달 한미일정상회의 등 국내외 현안이 산적해 휴가를 가지 않기로 했지만 참모들의 조언과 정국 구상을 위해 약 2일의 짧은 휴가를 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역대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이 휴가 이후 추가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0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휴가와 관련해 “상징적인 의미를 위해 짧게라도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언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달 6박 8일간의 동유럽·우크라이나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 마자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수해 피해 상황을 챙기는 등 쉼 없이 국정에 집중해왔다. 26일 저녁에는 국군 전사자 봉환식에 참석하고 이튿날에는 부산 유엔공원에서 정전협정 70주년 행사를 주재하기도 했다. 현재 윤 대통령은 8월 18일 예정된 한미일정상회의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산적한 일정으로 당초 윤 대통령이 올해 여름 휴가를 건너뛸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최근 변화가 이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휴가를 가지 않을 경우 정부 부처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된 것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짧게라도 휴가를 가지 않는다면 대통령실 참모들과 정부 고위공무원단 전체에 휴가금지령이 내려진 것으로 곡해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각 부처 장관들의 휴가 일정은 윤 대통령의 휴가 사용 여부에 좌우된다. 또 장관의 휴가 일정이 확정돼야 해당 부처 주요 공무원들의 휴가도 잡힐 수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8월 초 짧은 휴가를 보내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방으로 떠나는 대신 관저에서 정국 구상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8월에 휴가를 낼 경우 이후 추가적인 정부 인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여름 휴가 직후 당시 김태호 경남지사를 국무총리로 지명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여름 휴가를 다녀온 뒤 청와대 개편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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