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 선택이 '학부모 갑질'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국민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서울대 의학 박사는 오 박사가 진행하는 상담방송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서 박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이초 교사와 관련한 '교권 침해' 문제를 짚으면서 오 박사가 문제 아동의 행동이 몇 차례의 상담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 박사는 "무슨 상담 몇 차례나 교육 몇 차례? 바보나 얼뜨기 아마추어 아니면 그런 것으로는 씨알도 안 먹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쯤은 다 안다"며 "'금쪽이 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그런 솔루션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차례의 상담, 또는 한 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결 못하는 부모와 교사에게 책임이 갈 수 밖에 없다"며 "실력이 부족하든, 노력이 부족하든 둘 중 하나다. 그런데 그리 간단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정신과 의사라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노, 마녀를 향하다
국민들의 공분은 오은영 박사를 향했다. 학부모라는 명목 아래 자행된 협박과 폭언으로 무너진 교권 현장을 지켜보던 국민 분노는 적당한 표적을 찾았고 이는 오 박사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오 박사의 SNS를 찾아간 이들은 "이제 TV에 그만 나오셔라" "교권 추락에 한 몫 하셨다" "병은 병원가서 치료해야지 왜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나? 방송에서 하차하라"며 성토했고 일부는 "능력없는 인간" "당신이 뭔데 솔루션을 제시하는가" 등 인격적인 모독도 서슴지 않았다.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이들도 있었다. 오은영 박사를 향한 비난과 힐책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화살을 엉뚱한 데 돌리지 마라" "사건 터졌다 하면 우르르 몰려와서 마녀사냥 하는 짓 언제까지 할 것인가" "오은영이 문제가 아니라 내 새끼 중한 것만 아는 학부모들이 문제"라며 반대 진영을 비판했다.
이렇다보니 오 박사의 SNS는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됐다. 결국 오은영 박사도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25일 연예매체 텐아시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 역시 최근 일어난 사건에 마음이 아프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약물치료가 필요하면 전문의를 만나라고 한다. 단시간에 좋아지지 않으니 지치지 말라고, 지쳐도 힘을 내라고 한다. 한 두 번으로 좋아진다고 말한 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뒤 자르고 단편적인 부분만 강조…의도 훼손돼"
오 박사는 저서 내용 일부가 논란이 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앞뒤 맥락이 다 잘려져 저자의 의도가 훼손됐다”며 “온라인상에 퍼진 글의 내용은 제 의견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앞서 오 박사 저서 중 '교사의 입에서 조심하겠다는 말을 듣고 돌아와야 합니다' '학기가 얼마 안 남았으면 좀 참긴 하는데 교감이나 교장을 찾아가 보도록 하세요' '아이가 너무 예민한 편이니 그다음 해에 담임교사를 배정할 때 고려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등의 대목을 두고 소아정신과 치료법이 학교에 갑질하는 매뉴얼로 둔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오 박사는 "책은 글쓴이의 의견을 전달하는 장이다. 줄과 줄 사이, 단락마다 함축된 의미가 담겨 있다"며 "논란이 된 챕터는 총 7페이지, 줄로는 122줄이다. 온라인상에 유포된 내용은 고작 10줄 정도다. 글은 앞뒤 맥락을 봐야 의도를 알 수 있는데 다 자르고 단편적인 부분만 내놓으면 잘못 이해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당 챕터의 제목은 '담임교사, 나랑 너무 안 맞아요. 학교 가기 싫어요'로, 이 챕터에서는 선생님이 잘못된 게 아니라 아이가 교사와 반대 성향이라 괴로워하는 경우를 쓴 것"이라며 "아이가 힘들어하는 점에 대해 선생님께 잘 설명해 드리고, 같이 힘을 합해서 잘 가르치도록 좋게 이야기를 나누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는 외부적으로는 드러나는 문제가 없어서 선생님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아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선생님에게 잘 설명하라는 뜻이다. 잘못을 꾸짖어서 사과받으라는 게 아니다"라며 "교감·교장 선생님을 찾아가라는 것도 선생님이 잘못해서 고자질하라는 게 아니다. 아이 상황에 대해서 잘 의논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격화된 전문가, 공범인가 희생양인가
이번 '오은영 사태'의 본질은, 미디어가 만든 전문가에 대한 지나친 신격화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서천석 박사가 언급한 '환상'이라는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한 시청자들이, 전문가를 내세운 미디어의 비현실적 솔루션에 자극을 받아 섣부른 행동에 나설 위험이 있다는 문제의식은 일찍감치 있었다. '개통령' 강형욱 반려견 훈련사의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그럴싸한 훈육'을 모방하다 개물림 사고를 당한 사례도 있었고 TV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백종원 요리연구가의 발언을 단편적으로 해석해 무리한 창업을 시도하다 실패한 이들의 경우도 있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27일 YTN라디오를 통해 "서 박사님 말씀도 굉장히 일리가 있다. 단순한 훈육만으로 (문제행동이) 지도가 된다라고 하는 만병통치식 프로그램의 특성은 개선될 필요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오 박사님의 의견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가 훈육을 한다라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의 잘못을 판단하고 그리고 자기 행동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훈육이지 성인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면서 가르치고 그것이 더 나아가서 체벌로까지 가서 그 아이가 그 행동을 안 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은영 박사는 “어떤 부모가 옆에 있냐에 따라 아이 미래가 달라진다. 선생님 또한 중요한 분들이다. 사회를 배우는 데,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학교는 중요하다.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다”라며 “선생님과 부모의 관계가 대립이 아니라 마음을 합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아울러 “선생님들의 고충을 담는 금쪽이 방송에 대해서도 논의해보려 한다. 금쪽이들에 대한 잘못된 오해로 인한 비난의 화살은 멈춰주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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