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가 진행하는 CNN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2024 대선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중요한 이유를 밝혔다. 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와 우방국과의 관계 회복을 견인했다고 평가하는 골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민주당 정권의 세대 교체를 위해 재선 출마를 포기하고 다른 정치인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물었다.
바이든은 외교정책으로 분야를 좁힌 채 질문에 답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극적 변화에 직면한 상태이고 미국은 전 세계 민주국가들을 하나로 결속시킬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본인이 시작한 일을 마무리 짓고 싶다고 말했다.
필자는 전에도 이 문제에 관해 바이든과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가 러시아·중국·이란·북한 등 독재국가들의 심각한 도전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구촌의 미래는 민주국가들이 이 같은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믿는다. 그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가진 세계관의 핵심이다. 국제 질서의 미래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는 인식 또한 그를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이다.
국제 문제 개입이라는 미국의 기본적 이슈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정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 질서 대한 위협은 가중된다. 미국은 하나의 강대국이 유럽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17년 처음으로 세계 무대에 올라섰다.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미국은 유라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개입 원칙을 유지했다. 그러나 2차 대전을 방불케 하는 러시아의 유럽 침공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크렘린의 침략 행위에 더는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일단 여론조사 수치부터 살펴보자.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79%는 장기전이 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실지를 회복할 때까지 지원하기를 원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화당 유권자의 49%는 러시아가 무력으로 차지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하지 않더라도 신속히 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양 진영의 시각에도 큰 차이가 있다. 3월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띠르면 민주당계 유권자들은 76%대22%라는 압도적 차이로 나토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공화당 측은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각각 49%로 동률을 이뤘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60%는 워싱턴이 “국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미국의 미래를 위한 최선책”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공화당 유권자들은 정반대였다. 응답자의 71%가 국내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답했다. 국외 문제에서 미국의 능동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은 29%에 그쳤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반대하지만 중국과의 대립은 지지한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경제적 적대국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보수주의자들의 상당수가 개입주의 외교정책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2차 대전 종전 이후에도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그들의 강력한 반공산주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나토와 미국의 국제 문제 개입에 반대했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당시 공화당 선두 주자였던 로버트 A 태프트 상원의원이 나토 지지 의사를 밝힌다면 자신은 대선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태프트는 거절했고 아이젠하워는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1952년에 비해 국제사회가 직면한 리스크는 훨씬 커졌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공화당의 방향을 잡아줄 아이젠하워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를 둘러보면 국제질서를 뒤흔들 최대 위협은 피비린내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터나 긴장감이 감도는 대만해협이 아니라 미국 유세장에서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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