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167일 만에 돌아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복귀 첫 일정으로 수해 현장을 찾았다.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으로 탄핵 위기에 내몰렸던 데다 최근 충북 오송 지하 차도 침수가 ‘인재’ 사고였다는 비판이 확산되는 만큼 안전 컨트롤타워로서 피해 수습과 재난 대응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결정이 나온 지 2시간 30여 분 뒤인 오후 5시 충남 청양군 지천 일대를 찾았다.
청양군은 이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13개 지역에 포함된 곳이다. 이 장관은 40여 분간 지천 제방 복구 현장, 하우스 복구 현장, 침수 피해 농가 복구 현장을 차례로 점검한 뒤 세종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밀린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 장관이 복귀 첫 업무로 수해 현장 방문을 선택한 것은 최근 집중호우 피해가 심각했던 만큼 재난안전 관리 업무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9일부터 이어진 호우로 전국에서 47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돼 12년 만에 최대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 특히 14명이 숨진 청주 오송 궁평2 지하 차도 침수 사고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재난 예방·대응에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장관은 탄핵소추안 기각 후 입장문을 내고 호우 피해 복구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0·29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폭우 사망자와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 뒤 “이번 기각결정을 계기로 10·29참사와 관련한 더 이상의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이번 호우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서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직무가 정지된 지난 6개월 동안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면서 재난관리체계 개선 계획도 피력했다. 그는 “천재지변과 신종 재난에 대한 재난관리 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면서 “공직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정부 내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걷어내 정부부터 변화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행안부 내부에서는 이 장관 복귀로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6개월간 장관을 대신해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중대본부장을 맡았지만 차관이 부처 장관, 광역 지자체장들과 의견을 조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올 5월 경계경보 오발령 문제가 터졌을 당시 서울시는 시장이 직접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고 대응에 나선 반면 행안부는 장관 부재로 주무 부처임에도 적극 나서지 못했다. 지난달부터 새마을금고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우려가 확산됐을 때도 행안부가 주무 부처임에도 금융위원회 등 타 부처에 가려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장관 공백은 해소됐지만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을 둘러싼 여야 공방전, 정부와 유가족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탄핵 심판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는 헌재 결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의 최고책임자임에도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행안부 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국가 공식 사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문책과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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