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최대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고려대 의대 인간게놈연구소 신철 교수는 의학저널 랜싯이 발행하는 학술지 '건강 장수'(Lancet Healthy Longevity) 최신 호에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수록 사망 위험이 높다는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40~69세 3757명을 대상으로 18년 동안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시행했다. 전향적 코호트 연구란 시간 경과에 따른 특정 집단의 질병이나 사망 양상을 관찰하는 것을 일컫는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을 '수면 잠복기'라고 정의했다. 지난 한 달 동안 30분 이내에 잠이 들지 못한 경우가 1~2번인 '간헐적 지연 그룹'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60분 이내에 잠들지 못하거나 일주일에 세 번 이상 30분 이내에 잠들지 못한 '습관적 지연 그룹'으로 연구 참가자들을 분류해 사망 위험을 비교했다.
이 결과 각 그룹의 사망 위험은 인구통계학적 특성, 신체적 특성, 생활 습관, 만성질환 등의 변수를 모두 보정해도 각각 1.33배, 2.22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습관적 지연 그룹은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같은 비교 조건에서 2.74배 높았다.
연구팀은 수면 잠복기가 길어지는 원인으로 불면증, 우울증, 약물 복용 등을 추정했다. 이에 따라 과각성 반응, 스트레스 반응의 만성화, 염증 반응 등이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수면 잠복기 연장이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 리듬 조절 생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결핍을 불러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국내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를 통해 수면 잠복기와 사망률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성인의 경우 통상 10~20분인 수면 잠복기가 습관적으로 늦어지면 수면 주기를 충분히 완료하지 못함으로써 만성적인 수면 장애는 물론 사망과 암 위험도 높일 수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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