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17세 알제리계 소년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데 따른 여파로 5일째 전국적으로 이어진 소요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 국빈 방문을 연기했다. 연금 개혁 반대 시위 사태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마크롱 대통령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 정부는 2일(현지 시간) 밤사이 719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6월 30일 밤부터 7월 1일 새벽 사이에는 1311명이 체포됐고 256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 4만 5000여 명이 1일부터 전국 주요 도시에 배치되고 각 지역 당국이 대중교통 운행 중단, 야간 통행금지 조치 등을 취한 영향으로 하루 새 체포 인원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날 마르세유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는 등 위험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1일 피해자 나엘 군의 장례식이 파리 근교 낭테르에서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시위대 수백 명이 인근에서 그를 애도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양상이 2005년 이민자 소요 사건과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평가가 나오며 마크롱 대통령이 받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당시 아프리카 출신 10대 소년 2명이 경찰을 피해 변전소 담을 넘다가 감전사하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두 달 동안 이민자를 중심으로 폭동이 일었고 결국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더욱이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수개월간 진행된 연금 개혁 반대 시위로 타격을 받은 상태다. 프랑스의 인종 갈등이 극우 세력의 약진으로 최근 들어 더 심각해진 것도 사태 해결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2~4일로 예정된 독일 국빈 방문을 미뤘다.
다른 국가들도 프랑스 내 자국 관광객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등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마르세유에서 시위 참가자로 보이는 이들이 중국인 단체관광버스를 둘러싼 채 돌을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다음날 성명을 내고 시위 발생 지역에 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영국 외무부도 “(프랑스에서) 상점, 공공기관, 주차된 자동차가 표적이 됐다”며 “폭동의 위치와 시기는 예측할 수 없으니 여행 시 당국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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