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 시간) 대학 입시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한 정책이 위헌이라고 판결해 미국 명문대 진학 과정에서 한국인 등 아시아계에 대한 역차별이 다소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결국 수혜 인종은 백인이 될 것이라거나 이번 판결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시아계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따른 역차별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미국 뉴저지에 거주하며 중고생 자녀 2명을 키우는 한 한인 여성은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대학 입학 제도에서 가장 큰 역차별을 받았던 이들은 백인이 아니라 또 다른 소수인종인 아시안, 그 중에서도 학업 능력이 뛰어났던 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로 이런 불합리한 요소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이번 사건의 하급심을 담당한 매사추세츠법원에 제출된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인종에 대한 고려없이 입학 심사를 할 경우 하버드대의 흑인 비율은 14%에서 6%로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스패닉 역시 13%에서 9%로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계는 24%에서 27%로 늘어났다.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쪽은 백인 학생이었다. 하버드의 시뮬레이션에서 백인 학생 비율은 40%에서 48%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교육 컨설팅 기관 A1칼리지프렙의 이승준 국장은 “유명 대학의 주류가 백인들이고 후원자들도 백인이 압도적이다 보니 입시도 그들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한인 사회가 학교 후원을 늘리면서 주류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전했다.
판결 후에도 각 대학의 지향점에 따라 사회적 약자 우대 점수 등의 비율을 조정해 인종 구성 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실익 없이 인종 갈등에 따른 피해만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한인 커뮤니티인 미씨유에스에이의 한 이용자는 “그렇지 않아도 흑백 싸움에 아시아인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데 아시안을 대상으로 더 많은 증오범죄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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