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잘못 탔거나 내릴 역을 지나쳤을 때, 급하게 화장실에 가기 위해 개찰구 밖으로 나간 경험이 누구나 한 번은 있을 것이다. 물론 운임을 다시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 서울 지하철에서 돈을 낼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일부터 서울 지하철 1·3·4·6·7호선 일부 구간과 2·5·8·9호선 전 구간에서 하차 후 10분 내로 다시 타면 기본운임이 면제되고 환승이 적용돼 추가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28일 서울시는 7월부터 시에서 관할하는 1∼9호선에서 '지하철 10분 내 재승차 환승 적용'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찰구에서 교통카드 하차 태그 후 10분 내 동일역으로 재승차하면 환승이 적용되는 것으로 지난 3월 서울시 창의사례 1호로 선정된 제도다.
10분 내 재승차 제도는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메트로 9호선 등이 운영하는 지하철 1~9호선과 남양주시 구간(진접선)에만 우선 도입한다.
1∼9호선 중 10분 내 재승차 제도가 적용되는 구간은 1호선 서울역(지하)∼청량리역(지하), 3호선 지축역∼오금역, 4호선 진접역∼남태령역, 6호선 응암역∼봉화산역, 7호선 장암역∼온수역, 2·5·8·9호선은 전 구간에 적용된다.
서울 외 구간 중에서는 유일하게 남양주시가 참여한다. 시는 1년간 시범운영을 거쳐 정식 도입을 추진하고 다른 노선으로도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10분 내 재승차 혜택을 받으려면 하차한 역과 동일 역(동일 호선)에서 재승차해야 한다.
개찰구를 통과할 때 '0원'이 찍히고 환승 적용 이후에는 원래대로 승차 거리에 비례해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또 지하철 이용 중 1회만 가능하고(환승 횟수 1회 차감) 선·후불 교통카드로 이용 시(1회권·정기권 제외)에만 적용된다.
그동안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실수로 역을 지나쳐 반대 방향에서 다시 타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깐 개찰구 밖으로 나갔어도 기본요금(1250원)을 다시 내고 돌아와야 했다.
이런 식으로 추가 요금을 내는 이용자 수는 수도권 내 하루 4만명, 연간 1500만명에 달하며 추가 납부 금액은 연간 180억원 상당이다. 4만명 중 36%(1만4523명)는 1분 내 재탑승했는데도 추가 요금을 낸 사례다.
이런 이유로 요금 환불을 요청하거나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한 해 서울교통공사 '고객의 소리'에 접수된 관련 민원만 514건이다.
특히 서울 지하철 1∼9호선은 전체 313개 역 중 반대편으로 건너가기 힘들거나 불가능한 상대식 승강장 비율이 70%(220개 역), 승강장 외부에 화장실이 있는 경우 역시 82%(256개 역)에 달해 불편 민원이 지속해서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경기, 인천, 코레일 등 정책기관과 수도권 13개 철도기관 등과의 협의를 거쳐 서울시가 운영하는 1∼9호선과 남양주시 구간(진접선)에 10분 내 재승차 제도를 우선 도입했다.
시는 10분 내 재승차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비상게이트를 본래 목적에 따라 장애인·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위해서만 이용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비상게이트는 그간 무임승차의 주된 통로로 쓰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10분 내 재승차는 연간 1000만명이 넘는 시민이 겪어온 불편을 해소해 주는 창의적인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시민이 겪는 보이지 않는 불편 사항을 꼼꼼하게 챙겨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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