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도입된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폐지를 놓고 찬반 여론이 맞서는 가운데 통행료 면제시 통행량이 늘고 교통속도는 크게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 3월 17일부터 5월 16일까지 남산 1·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 징수를 일시 중단했을 때 나타난 통행량과 통행속도 모니터링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1단계(3월 17일∼4월 16일)에서는 강남 방향 한쪽만, 2단계(4월 17일∼5월 16일)에서는 도심과 강남 양방향에서 통행료가 면제됐다. 시는 1996년 11월 11일부터 교통 혼잡을 줄이자는 취지로 통행료 2000원을 받고 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터널 통행량은 실험 전 평일(혼잡통행료 징수시간대 기준) 평균 7만5619대였으나 1단계에서 7만9550대로 5.2%, 2단계에서는 8만5363대로 1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회도로인 장충단로(청계6가∼버티고개삼거리)와 소파길(퇴계로2가 교차로∼남산순환로 백범광장)의 통행량은 하루 26만7439대에서 1단계 26만944대로 2.4%, 2단계 25만6844대로 4.0% 감소했다.
1단계 기간 통행속도는 도심지역의 경우 직접영향권 도로인 삼일대로와 소공로의 강남 방향에서 각각 8.8%와 6.2% 감소했다. 강남 방향 외곽지역(용산)은 터널 남단에서 연결되는 한남대로와 녹사평대로의 통행속도가 각각 2.8%, 5.7% 감소했다.
2단계 기간 통행속도는 삼일대로와 소공로의 도심 방향에서 각각 9.4%와 13.5%, 강남 방향에서 각각 10.2%와 4.9% 감소했다. 강남 방향 외곽지역(용산)은 터널 남단에서 연결되는 한남대로와 녹사평대로에서 각각 8.2%와 8.5% 감소했다.
서울시는 터널을 통해 진입한 차들이 바로 을지로와 퇴계로 등 항상 차가 많은 도로를 이용하다 보니 도심권 혼잡에 영향을 미쳤지만, 강남 방향 외곽지역에서는 진입한 차량들이 한남대교나 강변북로 등 도시고속도로로 분산돼 상대적으로 교통소통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올해 2월 서울시의회에서 혼잡통행료 징수 조례 폐지안이 발의되는 등 혼잡통행료 폐지 목소리가 커지자 서울시는 이번 실험을 진행했다. 내비게이션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터널을 피해 다니는 차량이 늘었고, 통행료가 혼잡한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 뿐만 아니라 혼잡이 덜한 외곽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차에도 부과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통행료가 2000원에 불과해 실효성을 키우기 위해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서울연구원 등 전문가 집단과 시민 의견을 들어 올해 12월까지 혼잡통행료 정책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2개월간의 남산 터널 혼잡통행료 일시 면제 실험에 이어 교통량과 속도 변화까지 확인한 만큼 향후 교통 수요관리 정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충분한 검토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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