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는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이라는 개념이 있다. 특정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얘기한다. 그러나 남북 분단이라는 특별한 상황 탓에 우리 군의 작전통제권은 전시와 평시 권한이 한미연합군사령부와 한국군으로 나눠 행사된다.
대한민국 군의 작전통제권은 1950년 6·25 전쟁 당시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됐다가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이하 연합사)가 창설되면서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이양됐다. 하지만 온전한 작전통제권 이양이 아니었다.
1994년 12월 1일 정전(停戰) 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돼 한국 합참의장이 정전 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한미 연합방위체제 하에서 평시 작전통제권은 한국 합참의장이, 전시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군사령관이 각각 행사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전시 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은 전시에 연합사령관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및 한미군사위원회회의(MCM)를 통해 한미 양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지정된 부대를 지휘하는 제한된 권한이다. 줄여서 ‘전작권’이라고 하는데 만약 북한이 전면전에 나선다면 한국군이 아닌 한미연합사령관이 우리 군을 지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에 대한 전시 작전권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왔고 한미 군 당국 간에 협의도 계속 해왔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전시 전작권 전환은 한미 정상이 2006년 9월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기본원칙과 이행지침 등을 합의하면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2007년 2월 한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2012년 4월 17일에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6월 전작권 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이행계획인 ‘전략적 전환계획(STP, Strategic Transition Plan)'을 수립했다.
당시 한미는 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 합참이 주도하고 미국 한국사가 지원하는 병렬형 지휘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 증가 등 변화된 안보상황 등을 고려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 17일에서 2015년 12월 1일로 조정했다.
그러다가 2013년 한미 국방장관은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유동적인 한반도 안보상황에 주목하면서, 전작권 전환이 체계적으로 이행돼 연합방위태세를 강력하고 빈틈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작전의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미래 지휘구조를 한국 합참의장이 지휘하는 단일사령부를 편성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안보환경 등을 고려해 2014년 4월 한미 정상은 전작권 전환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하기로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15년 10월 한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기존 ‘시기에 기초한 전환 방식’을 ‘조건에 기초한 전환 방식’으로 변경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 Conditions-based OPCON Transition Plan)’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미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따라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였다. 2017년 6월 한미 정상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2018년 10월에는 한미 국방장관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 수정안과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하고,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재의 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한국군 4성 장성을 미래연합군사령관에 임명하는 미래지휘구조 기본안에 합의했다.
다만 한미가 전작권 전환의 전제 조건으로 합의한 건 아래 3가지 조건이 있다. ①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②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③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이다.
우리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우리 군의 핵심 군사능력과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왔다.
지상전력 차원에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등 세계 최고수준의 전차와 화포를 자체 생산하고, 아파치 공격헬기와 세계적 수준의 대화력전 수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상전력 면에서는 이지스 구축함과 3000톤급 잠수함, 대형 수송함, 함대지·함대함·잠대지 미사일 자체 생산 능력을 갖췄다. 공중전력 측면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와 글로벌호크, 공중급유기, 조기경보기 등을 보유한 것은 물론이고 고성능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는 기반을 갖췄다. 여기에 중·장거리 탄도탄 요격무기,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도입, 현무 미사일 개발 등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도 지속 확충 중이다.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추진현황에 대한 공동 평가도 하고 있다. 2021년 3월 한미 국방장관회담과 9월 한미통합국방협의체에서 전작권 전환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미는 특별상설군사위원회(한국 합참의장과 주한미군선임장교 간 군사협의체)를 통해 조건평가 결과를 검토했다. 2019년에는 특별상설군사위원회를 5차례 열어 우리 군의 핵심 군사능력을, 2020년에는 특별상설군사위원회를 2차례 개최해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앞으로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따라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우리 군의 능력을 조기에 확보해 전작권 전환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전방위 안보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한미는 전구작전을 주도할 미래연합사의 임무수행능력을 점검·보완하기 위해 3단계 연합검증평가를 시행 중이다. 한미 연합검증단이 동일한 평가기준과 지표에 따라 평가함으로써 평가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있다.
한미는 미래연합사의 기본운용능력(IOC) 평가를 위해 2019년 3월 동맹연습에서 IOC 평가 예행연습을 실시했으며, 한미통합국방협의체, 상설군사위원회 등을 통해 준비상태를 점검해 IOC 평가를 철저히 준비했다. 그 결과 2019년 8월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에서 미래연합사의 IOC 평가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2019년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2020년에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020년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에서는 코로나19 상황 등 제반여건을 고려해 미래연합사 구조를 적용한 예행연습을 병행 실시해 FOC 평가 시행을 위한 여건 마련에 집중했다.
2021년에는 지속적인 코로나19 상황, 연합방위태세 유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노력 등 제반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시행했다. 한국군 4성 장성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 주도의 전구작전 예행연습을 병행 실시해 FOC 평가 시행여건을 성숙하게 만들었다. 우리 군은 적극적인 대미 정책협의를 통해 우리 군 주도의 미래 지휘구조를 적용한 FOC 평가를 적기에 추진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략문서 작성을 통해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지휘구조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재 연합사와 유사한 체제를 유지하면서 한국군 4성 장성이 미래연합군사령관 임무를 수행하도록 합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규정하는 전략문서를 발전시키고 있다. 한미는 2020년에는 미래연합군사령관의 임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권한, 역할, 책임 등을 발전시켜 FOC 평가를 위한 전략문서 공동초안에 합의했다. 같은 해 8월 연합훈련에서 전략문서 공동초안을 적용·평가했다.
앞으로 한미는 한미동맹과 연합방위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문서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전략문서는 연합검증평가를 통해 지속 보완해 전작권 전환 시기에 최종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국방개혁안이었던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을 대체하는 국방혁신4.0 기본계획에 따라 전시 작전권 전환에 있어 우리 군의 전력증강 체계를 더욱 고도화해 한반도 내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구축할 계획이라는 것이 군 당국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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