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22일 기준금리를 연 5.0%로 0.5%포인트나 깜짝 인상했다. 스위스와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올렸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8.5%에서 15%로 대폭 인상하며 그동안의 ‘금리 역주행’을 끝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이날 상원에서 “올해 2회 정도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달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로 글로벌 금리 인상이 멈출 것으로 기대됐지만 물가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자 각국이 다시 긴축 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한국의 물가도 여전히 불안하다. 계절적 요인 등에 영향을 받는 농산물·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의 둔화 속도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 5.2%에서 5월 3.3%로 1.9%포인트 떨어진 가운데 근원 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4.1%에서 3.9%로 0.2%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설사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추더라도 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고금리가 오래 유지되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2030세대 청년층 등에서부터 부실이 터져나올 수 있다. 벌써 올 들어 5월까지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이 5만 명 이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나 늘었다. 특히 20대(6993건)와 30대(1만 3846건)의 5월까지 신청 건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급전을 조달하는 대부 업체의 연체율도 이미 10% 선을 초과했다. 10년 전보다 14배 폭증한 해외 부동산펀드, 약 130조 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비금융 기업 3만여 곳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회사가 지난해 말 35.1%에 달했다. 당국은 가계와 기업의 연쇄 부실로 금융기관까지 흔들리는 시스템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도록 약한 고리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방파제를 높이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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