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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당당하게 훔쳐 간다…7살 아이 신고도 못해"…무인점포 사장님들 '눈물'

코로나 이후 무인점포 급증…무인점포 절도 74%가 1020 범인

무인점포서 200만원어치 아이스크림을 훔친 30대가 검거됐다.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 연합뉴스




“당당하게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도 있고 몰래 훔치는 사람도 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절도가 횡행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와 맞물려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무인점포가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려 업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2년째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하는 채모씨(49)는 "스트레스 쌓여서 이제는 웬만하면 CCTV도 안 본다"며 이와 같이 하소연했다.

채씨는 "대부분 몇천에서 몇만원의 소액 절도지만 계산 실수가 아닌 고의라고 판단되면 또 매장에 올까 봐 경찰에 신고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도둑' 사진과 주의 문구를 매장에 붙여놨다"고 말했다.

19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보고서 '무인점포의 범죄 실태 및 형사정책적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작년 1월 말 기준 빨래방·노래방·아이스크림점·인형뽑기방·카페 등 무인점포는 서울에만 2855곳으로 집계됐다.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17개월간 서울에서 발생한 무인점포 범죄는 모두 1640건으로 매달 96건꼴 일어난 셈이다.

절도가 1377건으로 전체의 84.0%를 차지했다. 분실·도난카드 부정사용으로 인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6.7%(110건), 점유이탈물 횡령 5.2%(85건), 재물손괴 2.4%(40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달 말부터 부산 해운대구와 기장군 등지에서는 새벽에 복면을 쓴 절도범이 무인 편의점에서 금품과 판매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또 카드 부정사용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서울 용산구에서 3년째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하는 40대 김모 씨는 "결제하고 카드를 놓고 가는 손님이 일주일에 한 명 정도 있는데 주인 없는 카드를 가져다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전 유성경찰서 경관이 무인점포 내 범죄예방을 위한 홍보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진이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선고된 1심 판결 147건을 분석한 결과 절도 사건(113건) 평균 피해액은 37만원으로 나타났다. 손괴(10건)는 평균 286만5천원이었다.

업종별로는 무인 아이스크림·과자점(1000건·61.0%)과 편의점(427건·26.0%)이 범죄에 취약했다. 피의자 연령대가 파악된 157건 중 57.3%(90건)가 10대였고 20대가 16.6%(26건)로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피의자가 미성년자이거나 노약자, 외국인인 경우 신고율이 낮아진다"며 "낮은 신고율로 무인점포 범죄 피해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도 최근 "무인 문구점을 운영하는데 7살짜리 아이가 20만원 상당의 포켓몬 카드와 딱지를 가져갔다. 7살이라 경찰에 사건 접수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2월에는 부산 연제구에서 한 남성이 강아지를 버린 채 사라져 경찰에 고발되는 일도 있었다.

서울시내 경찰서들은 지난해부터 양심거울과 경찰 영상·등신대를 무인점포에 제공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무인점포 범죄 예방 활동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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