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가 부임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독일·프랑스를 택했다. 유럽 내에서도 대(對)중국 전략에 대한 분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활용해 개별 국가들과의 관계를 다지고 미국 중심의 서방 동맹에 균열을 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독일에 도착해 “이번 방문은 우정을 계승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독일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상호존중·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음)·상생협력의 원칙하에 깊이 있는 교류를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제7차 중국·독일 정부 협상에 나선다. 협상에서는 경제·안보를 중심으로 양국 관계 진전을 위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중·독 경제기술협력포럼에 참석한 후 재계 주요 인사들과 회담을 갖는다. 리 총리는 독일에서 일정을 마치는 대로 프랑스로 이동해 세계 금융 관련 정상급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리 총리의 이번 유럽 순방이 3월 취임 이후 첫 해외 방문이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중 기간 동안 이뤄지는 점을 주목했다. 미국과 대만 문제 등을 비롯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신경전을 이어가는 한편 중국과 경제·무역 이해관계가 긴밀한 유럽 국가와 관계를 강화해 서방의 대중 견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독일은 중국과의 교역이 가장 활발한 유럽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리 총리의 방독 기간 동안) 중국 대표단은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중국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는 실리 추구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독자적인 대중 외교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선 중국 방문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유럽은 미중 패권 전쟁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발언하며 미국과 분명한 입장 차를 내보인 바 있다. 이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시진핑 중석과 마크롱 대통령의 인도 아래 중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 역시 중국이 양국 간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