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무너진 미국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를 JP모건이 인수하자 시장은 안도했다. 1447포인트로 한 해를 시작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월 연초 대비 10% 이상 떨어졌지만 이후 급반등해 6월에는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기준금리가 최근 2년 사이 5배 넘게 올랐고 부동산 거품도 심해 위기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는 ‘비관주의자의 기우’로 평가절하됐다. 하지만 이로부터 3개월 뒤 리먼브러더스가 붕괴했고 S&P500은 반 토막이 났다. 이는 세계경제에도 핵폭탄급 파장을 낳았다.
15년도 전인 2008년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때의 6월과 2023년 6월이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3월부터 불과 1년여 만에 금리를 0.25%에서 5.25%(상단 기준)까지 올렸다. 올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지역은행과 글로벌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도 파산했다. 하지만 S&P500은 올 3월 연고점 대비 8%가량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70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굴리는 JP모건의 밥 마이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 상황은 2008년 3월~6월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폭풍전야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를 기대하기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뇌관이 너무 많다. 미국의 빌딩 공실률이 치솟은 가운데 대출금리는 급등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 차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국에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 규모는 1400억 달러에 달한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출을 많이 해온 지역은행도 여전한 불안 요소다. 초저금리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했던 투자등급 미만 기업들이 고금리를 못 견뎌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시장의 샴페인에 취하지 말고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2 금융권, 자영업 대출 등 ‘약한 고리’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로 위기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기 위한 물밑 협상도 중요하다. 상대국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의 협상 카드는 무엇이 있는지 미리 파악해두는 것도 좋다. 2008년 6월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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