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대학 의과대학의 영안실 관리자가 해부 실습용으로 기증된 시신의 일부를 빼돌려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 검찰은 세드릭 로지(55)를 해부를 마친 시신으로부터 머리, 뇌, 피부, 뼈 등 신체 부위를 훔쳐 밀매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로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그의 아내 데니스 로지(63)와 공모해 훔친 신체 부위를 뉴햄프셔주에 있는 거주지로 옮겼다가 공범 2명에게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거래 상대를 영안실로 불러 구매할 시신을 직접 보게 했다.
부부를 통해 시신 일부를 구매한 이들은 이를 재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기소장을 통해 이들이 “가죽을 만들기 위해 구매한 피부를 무두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로지는 2020년 10월 시신 2구에서 빼돌린 얼굴 부위를 600달러(약 77만원)에 팔았고, 2019년에는 또 다른 구매자에게 1000달러(128만원)를 받고 시신의 머리 부분을 넘겼다.
로지 부부는 시신을 판매하며 약 3만7000달러(약 4700만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판매한 시신은 해부 실습 등 교육 목적으로 하버드 의대에 기증된 것으로, 해부를 마친 시신은 일반적으로 화장해 기증자의 유족에게 돌려주거나 공동묘지에 묻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같은 범행 사실을 파악한 하버드대는 로지를 지난달 6일 해고했다.
하버드대 의대 측은 성명을 통해 “사람을 치유하고 섬기는 데 전념하는 우리 캠퍼스에서 이런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하버드 의대는 물론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 기부라는 이타적인 선택을 해준 이들에 대한 배신이다. 이 일로 기증자의 가족들이 겪게 된 고통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하버드 측은 연방 당국과 협력해 누구의 시신이 피해를 봤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외부 패널을 임명해 시신 기증 프로그램과 영안실 정책 평가 및 보안 개선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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