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하나같이 뛰어든 사업이 있다. 바로 ‘공공 배달앱’이다. 민간 플랫폼의 수수료가 비싸다는 자영업자들 불만에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자체 모델을 선보였다. 여기에 여러 업종 단체까지 동참했다. 이렇게 우후죽순 생겨나던 공공 배달앱들은 2~3년이 지난 지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상생을 명분으로 내걸고 시도했던 ‘착한 실험’은 그렇게 실패로 귀결되는 중이다.
당초 뜻대로 되지 못한 이유는 뭘까. 기술력·홍보 부족 등 업계 안팎에서는 여러 가지가 언급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출발점부터 이미 소비자와 동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민간 플랫폼의 반대급부로 등장한 공공 플랫폼은 소비자보다 공급자(자영업자) 쪽에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있었다. 공급자가 짊어진 수수료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 최대 과제이다 보니 애초에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외면했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착한 명분이 곧 현실 세계에서 먹혀들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최근 많은 전문직 업종이 플랫폼 실험에 나서고 있다.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협·단체가 중심이 돼 자체 플랫폼을 선보이고 ‘공공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 역시 앞서 봐왔던 공공 배달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간에 대한 대항의 성격에서 등장한 이들 플랫폼은 소비자 후생보다 공급자가 중심이 된 시장 질서 유지에 초점을 둔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
한 전문직 단체 대표는 “중개 플랫폼은 누구나 만들 수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 간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 플랫폼 실패의 교훈은 플랫폼 사업이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거다. 시장의 소비자들은 냉정하다. 공익이라는 명분을 호소한다거나 민간사업자들을 압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문직 단체의 인식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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