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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다시보기]바토의 '피에로', 광대와 화가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장 앙투안 바토의 ‘피에로’.




18세기 초 프랑스 사회의 생활상을 그림으로 묘사한 장 앙투안 바토의 작품에는 희극을 공연하는 이탈리아 극단의 모습과 광대들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로코코미술의 태동 시기 바토의 풍속화에 구현된 광대들의 모습은 루이 14세의 사망 이후 변화하던 프랑스 상류사회의 유흥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증표다.

1715년 루이 14세의 사망 이후 1723년까지 약 8년간 지속된 오를레앙 공작의 섭정 기간에 프랑스 문화는 귀족과 상층 부르주아에 의해 주도됐다. 화려한 색채 미학과 유연한 곡선미를 중시하며 경쾌하고 우아한 양식을 특징으로 하는 로코코미술은 이러한 새로운 문화 수요 계층의 취향을 반영해 생성됐다.



바토는 거리극을 공연하고 있는 희극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금욕주의에서 벗어난 섭정 시기의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를 표출하고자 했다. 그는 감각적이고 감미로운 색채 미학과 희극 주인공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결합해 낙관주의적 시대정신을 반영한 독특한 풍속화를 창안했다. 그의 그림이 지닌 독창성은 모든 시대에 존재했던 이상적인 삶에 대한 동경과 갈망을 고전적 전통이나 신화적 알레고리 없이 현실 속의 장면을 통해 표출했다는 점이다.

바토는 희극의 여러 주인공 중 피에로를 유난히 좋아했다. 그가 사망하기 2년 전인 1719년께 제작된 ‘피에로’에는 화면을 가득 채운 광대 복장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탈리아 희극에서 순수하고 여린 감성을 지닌 역할을 수행하면서 주변 인물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피에로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삶의 애환을 속으로 삭이며 타인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가련한 광대 피에로의 모습은 화려한 상류사회의 경계에 서 있는 가난한 예술가의 초상이며 바토 자신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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