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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유럽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무역·에너지 수입 절대적인 유럽

中과 분리 아닌 '디리스킹' 원해

자유로운 글로벌 교역 확대 대신

디커플링 견지하는 美에 우려 커져





미래를 살짝 엿보고 싶다면 베를린의 샹젤리제로 불리는 쿠르퓌르슈텐담 거리를 따라 걸어보라. 쿠르퓌르슈텐담의 가장 번화한 모퉁이에는 필자가 이제까지 본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자동차 쇼룸이 자리 잡고 있다. 매끈하고 우아한 외형의 고층 건물 내부에는 카페와 디자인 센터, 쇼룸 등이 들어서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부가티나 페라리와 비슷하지만 훨씬 세련된 스타일의 레이스카가 전시돼 있다. EP9로 명명된 최고급 레이스카의 가격은 대당 300만 달러로 5대가량이 판매됐다. EP9의 제조사는 중국의 신생 자동차 메이커인 니오(Nio)로 머지않아 세계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이 수출한 자동차 대수는 미미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특히 전기자동차(EV) 분야에서 강세를 보인다. 현재 전 세계에서 제작되는 EV는 3대당 1대꼴로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오늘날 우리는 중국의 많은 약점에 관해 얘기한다. 하지만 중국이 지닌 엄청난 장점과 글로벌 경제와 밀접하게 얽힌 정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니오의 스포츠카는 독일의 뮌헨에서 디자인한다. 베이징과 상하이 외에 미국의 새너제이와 영국의 옥스퍼드에 각각 연구개발(R&D) 센터가 있고, 제조 공장은 중국 허베이에 있다.

유럽은 중국에 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이번 주 필자가 방문한 독일·이탈리아·영국 등 유럽 3개국에서 현지 정계 인사들과 나눈 대화의 핵심 화두는 워싱턴의 대중국 정책이었다. 그들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러시아 정책을 강력히 지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바이든 대통령이 서방세계를 하나로 묶고 전략적 선명성과 확고한 목적을 불어넣었다는 평가에도 동의했다. 하지만 워싱턴의 대중국 정책, 특히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윤곽을 공개한 바이든의 신국제경제 정책에 관해서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필자에게 유럽이 처한 딜레마를 설명하면서 “유럽은 산업 정책을 필요로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보호주의를 모방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럽에는 무역이 절대적이다. 유럽의 번영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에 달려 있다. 미국과 달리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유럽은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다. 대서양을 가로지른 표면상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가 유럽과 미국을 점차 갈라놓을 수 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무역 관계 확대 조치를 취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워싱턴의 조치가 한결같이 글로벌 교역을 약화시키는 쌍무, 혹은 지역 협정이라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현대적 다자주의 질서에 관한 진지한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헬레 토르닝슈미트 전 덴마크 총리 역시 같은 의견을 보였다. “유럽은 중국과 갈라설 수 없다. 중국과의 이혼은 세계화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것이 우리가 중국과의 분리(decouple)가 아닌 위험 제거(derisk)를 원하는 이유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사용하면서 널리 퍼진 ‘디리스킹’이라는 용어가 요즘 외교가의 핫한 유행어로 떠올랐다. 바이든 행정부조차 중국과의 관계에서 디커플보다 디리스킹을 원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필자가 만난 유럽의 인사들은 디리스킹을 원한다는 워싱턴의 입장은 정책 변화가 아닌 수사의 변화일 뿐이며 미국은 디커플링을 향해 계속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 관리들은 이 같은 견해를 접할 때마다 유럽은 지나치게 수동적인 평화주의자라고 일축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인도·일본·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주요국들과 중국에 대항하는 연맹체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중국은 근소한 차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인도의 교역 대상국이다. 뉴델리는 인도의 미래 성장이 중국과의 건강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이 국력을 강화하고 경쟁자의 힘을 약화시키는 전략적 천재성은 팍스 아메리카나가 아니라 개방되고 자유로우며 공정한 글로벌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있다. 브라운 전 총리는 “우리 모두가 제대로 기능하고 확대되는 글로벌 교역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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