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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무료입장' 한달 만에…방문객 50% 늘었다

정부 예산 투입해 국민이 간접 비용 분담

문화재 관람료 면제 시행 첫날인 지난달 4일 국립공원 설악산 입구 검표소에 무료입장을 알리는 신흥사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속초=연합뉴스




전국 65개 사찰이 입장객에게 받던 국가지정문화재 관람료를 면제한 지 한 달을 넘긴 가운데 방문자가 현저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입장이 호응을 얻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국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12일 불교 문화계에 따르면 전북 고창군 소재 선운사는 국가지정문화재 관람료 면제를 개시한 지난달 4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4만3822명이 찾아온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지난해 5월 한 달 방문객보다 1만4038명(47.1%) 늘어난 수준이다.

대부분 사찰이 무료입장 시작 후 방문자 수 변화를 아직 공식 산출하지 않았으나 관람료 면제 사찰이 있는 국립공원 지구에서 탐방객이 증가한 것이 국립공원공단 집계에서 확인됐다.

올해 5월 4일∼6월 8일 전남 장성군 백양사와 연결된 내장산국립공원 백양지구 입장객은 6만920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입장객보다 1만4742명(27.1%) 늘었다. 이 기간 내장산국립공원 남창지구 입장객이 1만4646명에서 1만1618명으로 3028명(20.7%)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5월 4일∼6월 8일 속리산국립공원 법주사지구로 입장한 탐방객은 8만7203명으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1만5907명(2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양사와 법주사는 지난달 4일부터 무료입장을 실시하고 있다. 관람료 면제 사찰에서 방문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최근 한 달 사이에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충북 보은군 소재 법주사 관계자는 “작년에는 무료입장이 아닌 유료 입장객만 집계했고 올해 5월 4일 이후는 전체 입장객을 파악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유료 입장객이었던 이들을 기준으로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전남 구례군 화엄사는 무료입장 시행 후 작년 같은 시기보다 방문객이 50% 정도 늘어났다. 화엄사 관계자는 “표를 끊지 않으니 열린 공간처럼 수시로 방문자들이 오고 있다”며 “직원들이 미처 숫자를 체크하지 못한 방문객까지 고려하면 작년의 1.5∼1.8 배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료 감면으로 사찰 방문객이 체감하는 직접 부담은 줄었다. 대신 정부 예산을 투입해 국민이 간접적으로 비용을 분담한다.

정부는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5월 4일부터 올해 연말까지 약 8개월간 국가지정문화재 관람료를 면제하는 주요 사찰 등 민간 단체에 대해 감면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국비 419억원을 확보했다. 당국은 연말까지 416억원 정도가 실제 사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람료 면제 사찰 등의 숫자나 방문객 규모 등에 따라 유동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당국은 내년에 올해보다 국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추진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24회계연도 예산요구서에 문화재 관람료 감면 지원비는 약 552억원이다”면서 “지원 대상 사찰 숫자 등에 변화가 없다고 간주하고 지원 기간만 약 8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린 것이며 확정된 금액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 예산안은 관계 당국 간 협의 및 기재부 검토,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8월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문화재 관람료 감면을 위한 내년도 국비를 552억원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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