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이후를 함께 고민해 주는 회사에 애사심을 느꼈고, 대우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회사에 믿음을 가지는 계기이자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어요.”
퇴직을 앞두고 회사측이 마련한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산도시철도운영서비스㈜ 직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겉보기에는 은퇴 이후 새 일자리를 찾는 ‘기능적’ 측면에 초점을 둔 교육 같지만 교육 참여자들은 애사심과 자존감, 안도감 같은 심리적 만족도가 한껏 높아진 셈이다. 오창균 부산도시철도운영서비스㈜ 경영지원팀 과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재취업지원서비스 콘퍼런스’에서 우수사례 발표자로 나와 “재취업지원서비스가 임직원 노후 설계뿐만 아니라 노사 화합의 장을 여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부산도시철도운영서비스㈜는 부산교통공사의 자회사로 지역 내 도시철도 역사·차량·기지·건물 등을 관리한다. 회사는 지난해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재취업지원의무대상 사업자임을 알리는 공문을 받았다. 그런데 재취업지원서비스가 생소하던 차라 어느 부서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조차 가닥을 잡을 수 없었다. 20명 안팎인 사무 직원이 1100여 명의 현장 직원을 지원하는 것도 역부족이었다.
임직원 대부분의 노후 대책은 사실상 ‘무(無)대책’에 가까웠다. 사내 설문 조사에서 퇴직 예정자의 67%가 ‘퇴직 이후 경제 활동 계획이 없거나 막연하다’고 응답했다. 직원의 85%가 50세 이상, 54%가 60세 이상인 부산도시철도운영서비스㈜는 퇴직을 앞둔 임직원들의 인생 2막을 지원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제도라 생각해 재취업지원서비스 프로그램 마련에 적극 뛰어들었다.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담당한 오 과장은 이 과정에서 뜻밖의 결실을 얻었다고 말했다. 단체교섭, 임금 협상 등으로 노사 간 갈등과 긴장이 있었지만 재취업지원서비스란 공통 분모를 통해 ‘직원을 챙겨주는 회사’, ‘퇴직 후를 함께 고민해 주는 회사’로 신뢰를 회복하고, 노사 관계를 개선했다는 것. 지역 내 ‘모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얻었다.
배경에는 임직원의 인식 개선과 경영진의 노력이 있었다. 체력 부족 등의 이유로 재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없던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자기 이해 △여가와 라이프밸런스 △대인관계 맺기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 등 직원들의 특성에 맞춘 수업도 구성했다.
한국콜마의 자회사이자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인 ㈜연우도 재취업지원서비스를 통해 노사 관계가 더 단단해진 경우다.
재취업지원서비스가 의무화·보편화되기 전 이 제도를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각은 싸늘했다. 근로자를 내보내기 위한 사전 절차라는 인식 때문이다. ㈜연우 직원들도 이 서비스를 두고 “왜 갑자기 그런 걸 합니까”, “재취업이 가능한 건가요”라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경영진 역시 탐탁해 하지 않았다. 현장 직원들을 교육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에 대체 인원을 투입해야 했다. 이에 따르는 품질 저하 리스크도 각별히 관리하는 등 추가로 검토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도 우려스러웠다. 집체 교육 성격상 재취업지원교육에서 코로나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공장 운영 중단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 모든 장벽을 넘긴 끝에 회사는 2021년 재취업지원교육을 도입할 수 있었다. 교육을 맡은 김정우 ㈜연우 차장은 “고령자고용촉진법을 공부하며 직원들의 인생 후반기에 관심을 가졌다”며 “언젠가 회사라는 울타리를 떠날 선배들의 입장에서 고민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막상 교육을 진행하니 현실을 제대로 직시했다거나 희망찬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100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이 50세 이상의 퇴직예정자에게 진로 설계와 취업 알선 등의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노사발전재단은 1000인 이상 의무 대상 기업뿐만 아니라 300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도 제도 도입 컨설팅을 운영한다. 컨설팅 비용은 전액 정부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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