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스콧 플레처 박사가 이끄는 미국 미시간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발간된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음식을 삼키지 않고 맛과 향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절식의 수명 연장 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을 입증한 앞선 연구 결과에 착안해 음식을 찾도록 자극하는 뇌의 변화가 수명 연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들여다봤다.
연구진은 초파리(Drosophila)의 먹이를 조절하거나 관련 뇌신경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배고픔을 느끼게 한 뒤 수명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우선 20시간 동안 아무런 먹이도 주지 않다가 아미노산 함유량을 달리한 먹이를 3시간가량 먹게 하고 당이나 이스트(효모균) 먹이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아미노산 먹이로는 필수아미노산인 류신과 이소류신, 발린 등이 일정한 비율로 만들어진 ‘가지사슬아미노산(BCAA)’을 줬다.
그 결과, BCAA가 적은 먹이를 섭취한 초파리는 BCAA가 많은 먹이를 제공받은 초파리보다 이스트 먹이를 더 많이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스트 먹이를 당보다도 선호하는 것은 ‘필요에 기반한 배고픔(need-based hunger)’을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이들 초파리가 더 많은 먹이와 열량을 소모하며 수명도 더 길었다고 밝혔다.
먹이 조절 방법 외에도 연구진은 광유전학 기술을 통해 초파리의 ‘기아욕구(hunger drive)’ 관련 뇌신경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기아욕구는 음식 부족으로 인한 각성 상태로, 음식을 찾는 행동을 유발한다.
붉은 색 빛에 노출돼 뇌신경이 활성화 된 초파리들은 배고픔을 느끼고 먹이를 취하려는 충동을 갖게 됐다. 이들은 빛 자극이 없었던 다른 초파리의 두 배에 달하는 먹이를 섭취했으며, 수명도 훨씬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관련 신경의 후생유전자에 변화를 가져오는 분자역학도 규명했다. 이런 변화는 초파리의 뇌에서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는 정도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는 먹이 행동과 노화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플레처 박사는 “우리는 다른 연구원들이 수년에 걸쳐 매달려온 모든 영양학적 방법으로부터 (절식의 수명연장 효과를) 분리했다”면서 “음식이 충분치 않다는 지각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이번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연구진은 초파리에게서 발견된 메커니즘이 다른 종들의 기아욕구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초파리와 인간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먹는 즐거움’이 수명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 지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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