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탄을 받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나라도 찾아온 야당대표에게 덕담을 해주고 따듯하게 맞아 주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항변했다.
홍 시장은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날 오후 이 대표와의 만남에 관해 이야기햇다. 그는 어떻게 만남이 이뤄졌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대표가 대구 시장실로 오겠다고 했다. 오겠다는 사람 오지 마라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 야당에서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 안 한다고 난리는 치는데 이건 경우가 좀 다르다”라며 “대통령은 사법 절차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중범죄로 기소된 사람을 어떻게 만나나. 만나면 범죄 딜 한다고 할 건데. 그러니까 만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여야 영수회담 자체가 성립될 조건이 아닌 상태서 "대구시장실로 오겠다는데 제가 거부하면 이상하다. 나는 사법절차 관장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래서 흔쾌히 오시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나는) 대구시장인데, 대구시가 하는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이라고 추진하는 게 있는데 그걸 지금 거대 야당이 도와주겠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그리고 그게 신공항사업하고 연계 지어서 영호남 아주 연결고리가 중요하다. 그래서 대구시장 입장으로서는 고맙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또 김기현 대표에 대해 잇달아 비판의 화살을 쐈다.
왜 여권을 향해 쓴소리를 했냐는 질문에 홍 시장은 “이 대표가 중앙에도 자꾸 이야기해 달라고 해 내가 몇 마디 했다. 상임고문도 해촉하는 거 보니까 옹졸하더라. 그래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그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김 대표가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한 뒤 연락을 했는지 묻자 홍 시장은 "당선된 이후로 전광훈 한테만 열심히 전화 했지 나한테는 전화한 일이 없다"며 "되고 난 뒤에 사람이 많이 달라지더라"고 질타했다.
이어 “사이비 종교 세력하고 끊으라고 했더니만 그건 못 끊고 갑자기 나를 손절하려고 덤비니까 참 옹졸한 사람이다, 옛날에 안 그렇더만 왜 저러냐, 그런 생각을 했다”라며 거듭 김 대표를 옹졸하다고 공박했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에 정치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는 글을 올려 친윤 세력이 발끈한 데 대해 홍 시장은 "진짜 나쁜 놈하고도 만나야 되고 사기꾼하고도 만나야 되고 그게 정치인이다"며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이런 성향이라면 (참모들이) 직언할 배짱과 그만한 지식이 있어야 된다. 어설프게 직언하면 바보다”라며 “배짱도 있고 그럴 만한 지식, 정치력을 갖춘 사람이 대차게 대들면 대통령이 무시할 수 있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실이 아직 정치력이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것. 이는 비난이 아니고 팩트”라고 덧붙였다.
앞서 홍 시장은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정권이 대부분 정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 민주당에서 좀 도와줘야 나라가 안정된다”라며 “민주당은 거대야당이다. 민주당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풀어나가주면 참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여당 일각에선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연합뉴스에 "당 원로라는 사람이 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와 대통령실을 공격하는 그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볼 것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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