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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저출산 해법, 노동 유연성에서 찾아야

280조 투입 불구 ‘인구감소국’ 진입

출산 기피 원인 양육 부담 해결해야

네덜란드, 시간제 근로제로 돌파구

노동계의 노동시장 개혁 동참 절실





정부는 세계 최악 수준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총 280조 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합계출산율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2000년 1.4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떨어진 뒤 지난해에는 0.78명에 그쳤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유일하게 1명대 아래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심각한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한 것이다.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절벽 현상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 인구 추계에서 인구 정점을 2031년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통계청은 지난해 발표에서 한국 인구가 2020년 5184만 명에서 2021년에는 5174만 명으로 줄었다고 공개했다. 출산율 하락으로 인구가 정점을 찍고 인구 감소 국가로 진입한 것을 공식화한 셈이다.

출산율 하락과 인구 감소의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2075년으로 가는 길’이라는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로 206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급기야 2075년에는 경제 규모 면에서 필리핀에도 추월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격한 출산율 하락은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앞당기는 등 다양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지면 고령자의 노후 불안과 미래 세대의 부담 급증을 피할 수 없다. 또 노동력 감소와 노동생산성 하락, 투자 위축 등으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



출산 기피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육과 보육 부담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문화일보가 전국 19~38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2.9%는 ‘자녀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응답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양육과 보육의 부담이 너무 커서(43.5%)’를 꼽았다. 남녀 모두 출산 이후 아이 돌봄과 보육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것이다. 특히 여성은 돌봄 문제로 인한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정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은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정부가 무작정 육아휴직 기간을 늘릴 수는 없다. 기업은 육아휴직자가 많으면 대체 인력도 많이 고용해야 하는 만큼 비용 상승에 직면하게 된다. 시중의 한 은행은 육아휴직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는 지점의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인사부 내에 일정 규모의 인력 풀을 가동할 정도라고 한다.

네덜란드는 이 같은 출산 이후 보육 문제를 시간제 근로제 도입 등 노동 유연성 확보로 해결했다. 노사정이 바세나르협약(1982년)을 통해 시간제 근로제를 도입하고 근로시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1996년)을 만들어 시간제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를 임금과 보너스·교육·휴가 등에서 차등 대우하지 못하게 했다. 일한 만큼 받는 근로 체계로 시간제 근로자의 보편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2000년에는 정규직 근로자의 시간제 전환을 가능하게 해 출산 이후 보육을 위한 시간제 근로자 전환의 통로를 만들었다.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정부가 지원하는 육아휴직 제도가 부족한데도 2021년 합계출산율(1.62명)이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치(1.53명)를 웃돌게 된 배경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저출산 해결을 명분으로 온갖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할 게 뻔하다. 저출산 문제는 보조금 지급 등 핀셋 정책으로 쉽게 해결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3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문화 전반의 변화를 위한 민간의 동참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과 일한 만큼 임금을 받는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시간제 근로제 도입 등 노동 유연성 확대가 네덜란드의 출산율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는 점을 노동계도 인지하고 이에 동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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