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보이’ 이강인(22·마요르카)과 ‘손세이셔널’ 손흥민(31·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함께 뛰는 모습을 현실에서 볼 수 있을까.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이강인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무대를 휩쓸고 있다. 후반기에만 리그 4골 2도움(4일 기준). 그중 4골은 최근 두 달 새 나왔다. 이달 2일 아틀레틱 빌바오전(1 대 1 무)에서는 시즌 6호 골을 터뜨려 라리가에서 한 시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6골 4도움)를 기록한 최초의 한국 선수로도 기록됐다.
이제 이강인의 이름을 빼고는 라리가를 논하기 힘들 정도다. 지난달 24일 헤타페전에서 3 대 1 승리에 마침표를 찍은 그의 ‘60m 폭풍 질주’ 골은 30라운드 라리가 최고의 골로 선정됐다. 최근 라리가 사무국이 발표한 시즌 베스트11 후보 중 미드필더 후보(18인)에 세계적인 선수로 손꼽히는 루카 모드리치, 토니 크로스(이상 레알 마드리드)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골든볼 수상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최근 활약이 더해져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강인은 올 시즌을 끝으로 마요르카를 떠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올 1월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적을 원했으나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의 강력한 잔류 요청에 따라 이적이 불발된 바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강인은 현재 라리가 전통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 마드리드)를 비롯해 EPL의 애스턴 빌라와 뉴캐슬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손흥민의 토트넘도 영입전에 가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일 스페인 매체 문도데포르티보는 “이강인의 계약은 2025년에 끝나지만 마요르카는 올여름 바이아웃(이적 보장 최소 이적료) 금액인 3000만 유로보다 낮은 가격에 이강인을 팔 가능성이 있다”며 “토트넘이 AT 마드리드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토트넘은 다음 시즌 이강인을 활용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이강인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는다면 손흥민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게임 속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가 EPL의 한 팀에서 뛰는 장면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 축구 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토트넘은 2015년 손흥민을 영입한 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큰 효과를 봤다”며 “이강인까지 영입한다면 국민 구단의 이미지가 확고히 굳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강인에게 토트넘이 적합한 행선지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토트넘이 떠오르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높은 순위의 행선지는 아닐 것”이라며 “감독과의 의사소통 면에서나 현재 전술 구조를 고려할 때 AT 마드리드나 빌라가 잘 어울린다. 점점 발전하고 있는 뉴캐슬도 전술적 궁합 면에서 괜찮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적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토트넘의 정식 감독이 누가 될지도 이강인의 이적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3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페인 출신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독일) 감독이 토트넘의 유력한 차기 사령탑 후보로 떠올랐다. 스페인어에 능숙한 이강인에게는 희소식이다. 한 위원도 “토트넘이 볼을 잘 다루고 창의적인 스타일의 미드필더가 필요하므로 이강인이 적합한 인물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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