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조 원 대 105억 원.’
코로나19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각각 투입한 예산 규모다. 4000배가량이나 차이 나는 수준이다. 코로나19가 풍토병화되고 있지만 백신의 연례 접종에 대비하고 또 다른 미지의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과 관련해 국립보건원(NIH) 등의 자금 지원이 총 319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로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85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mRNA 백신 바이오 기술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미국 정부의 투자 내역을 기반으로 한다.
319억 달러 중 3억 3700만 달러(약 4300억 원)는 팬데믹 이전에 투자됐다. 기관별로 보면 mRNA 백신 기술과 관련된 기초 및 중개 과학에 NIH가 1억 1600만 달러, 생물의학고급연구개발기관(BARDA)이 1억 4800만 달러, 국방부가 7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같은 선행 투자가 있었기에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당시 빠르게 백신을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2000만 명 이상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mRNA 기술이 그간 과학계에서 외면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미 정부의 지원은 코로나 백신 개발의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힌다. 코로나19 백신 이전까지는 이 기술을 이용해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이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공중보건이 가장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한 데 이어 코로나19 외에 다른 질병을 치료할 가능성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반면 한국은 mRNA 백신 임상 지원 예산으로 105억 원을 투입하는 데 그쳤다. 미국보다 상당히 적은 데다 임상 3상만 해도 약 1000억~2000억 원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사실 이 같은 자금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021년 실시한 국내 백신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업계 159개사 가운데 47.2%가 R&D 자금 부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어 인력 부족(25.2%), 인프라 부족(22%), 백신 원부자재 확보 어려움(15.7%) 순이었다. 국내 업계에서 백신을 비롯한 신약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이유다.
코로나19는 엔데믹으로 진입했지만 언제, 어떤 미지의 질병이 또다시 대유행을 일으킬지 모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R&D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2010~2016년 허가된 신약 210개가 모두 NIH의 연구 지원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백신을 포함한 신약 개발 분야에서 기업이 실패를 무릅쓰고 R&D에 뛰어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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