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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MZ가 ‘거지방’에 모이는 진짜 이유





최근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익명 대화방)에는 ‘거지방’이라는 채팅방이 수 백개가 개설됐다. 거지방에서는 스스로를 거지로 소개하는 참여자들이 지출을 고백하면 감정이 상할 법 한 질타를 하고 절약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생수 지출 내역을 고백하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셨네. 아리수(수돗물) 마시든지 참았다가 회사 가서 마셔”, 담배를 샀다는 이에게는 “사치네. 흡연하는 곳에 가서 간접흡연 해라” 등 질타와 조언이 쏟아진다. 꽤나 진지한 대화에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결국 씁쓸함을 남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올랐다는 게 실감날 만큼 ‘런치플레이션’ ‘누들플레이션’ 등 각종 인플레이션이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MZ세대의 절약법은 결국 부의 증식이 어려우니 절약으로 버텨 보자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취업도 어려운데 ‘초봉 1억 원'을 받는 회사가 있고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이력을 가진 이가 아버지 ‘빽’으로 퇴직금 50억 원을 받았다는 소식에 좌절하는 게 청년들의 현실이다. 엔데믹은 희망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몰고 왔고 ‘엔데믹 불황’을 맞은 기업은 감원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신입 사원을 채용할 기업은 많지 않다.



거지방이 씁쓸한 두 번째 이유는 익명에 숨어 어려운 경제 사정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친구들과 궁핍한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서 마음을 열고는 했다. 친근해지기 위해 궁핍한 경험을 과장하거나 지어내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MZ세대 특히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는 가난을 드러내면 무시가 돌아온다. 거지방을 자조와 해학이 넘치는 놀이문화로만 분석하기에는 부족한 이유다. 친한 친구에게 이 정도로 절약해야 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나 거지방에 들어 가있어”라고 고백할 수도 없다.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불편할 뿐’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MZ세대는 없을 것이다. 어디에 사는지, 아버지 뭐 하시는지,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사는지 등으로 정교하게 경제적 계급이 규정되는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그들에게 경제력은 곧 자존심이자 자존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것은 경제문제로 귀결된다. 자존감이라는 정서적인 문제도 따져보면 경제문제임을 알 수 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나라에서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 적어도 개인의 무능이 아닌 구조적으로로 성공하기 어려운 시스템과 분위기를 고착화해서는 안된다. 청년들은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꿈을 꿀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이 타고 올라갈 사다리를 만들어 줘야 하는 건 어른들의 의무다. 청년이 숨고 절망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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