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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R&D A매치의 승리 조건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기술패권 우승컵 향해 국가간 사활

韓 삼성·LG·SK 등 화려한 공격진

출연연·대학 든든한 수비로 뒷받침

민간-공공 '원팀' 이뤄 시너지 내야

김복철 NST 이사장




‘역사상 최고 선수(Greatest Of All Time·GOAT)’. 2022 카타르월드컵 이후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에게 붙은 찬사다. 그동안 그의 플레이를 봐온 축구 팬들은 ‘역대 최고’라는 이 찬사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함께 뛰어 준 미드필더·수비수 등 동료 선수들 및 코칭 스태프와의 멋진 팀플레이가 받쳐주지 못했다면 과연 메시가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 이 시대 최고의 축구 스타가 될 수 있었을까.

현재 전 세계는 ‘기술 패권’이라는 우승컵을 거머쥐기 위해 국가 간에 사활이 걸린 과학기술 연구개발(R&D) A매치 경기를 벌이고 있다. 비교적 강팀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한민국 팀에서 R&D 국가대표를 꼽는다면 메시와 같은 스트라이커로는 삼성·LG·SK·현대와 같은 민간 대기업이 있다. 그리고 그 후위에서 어시스트와 수비를 감당해 줄 대표선수로는 국가 공공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원과 대학이 있다. 민간과 공공 R&D 주체들이 정부의 코칭을 중심으로 원팀(One Team)을 이뤄 멋진 팀플레이를 펼친다면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 분야에 몸담고 있는 필자가 메시를 소환하고 축구 이야기를 꺼낸 것은 오늘날 메시의 위대한 성공에는 티 내지 않고 묵묵히 멋진 팀플레이로 조력해온 메시의 동료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역할이 주요했고 이는 R&D에 있어서 민간과 공공 부문의 상호 역할과도 잘 매칭이 되기 때문이다.

민간 R&D의 목적은 신제품 개발을 통한 ‘기업의 이윤 극대화’로 대표된다. 반면 공공 R&D는 ‘국민의 효용 가치 극대화’에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있어 민간 R&D와 지향하는 가치가 전혀 다르다.



공공 R&D는 투자 위험을 감수하면서 개발된 지식을 민간 영역으로 이전시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확산?보급시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반면 민간 R&D는 단기간에 수익 창출이 가능한 응용?개발 연구를 통해 이윤 창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즉 공공 R&D와 민간 R&D는 투자 목적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서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R&D에서 민간과 공공 부문은 각자의 역할이 있고 각 부문별 특성을 잘 조합해 공공 부문이 민간 부문의 시장 실패를 보완하거나 또는 사회적 불균형을 개선하는 등 민간과 공공의 두 분야가 효과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팀플레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공공 부문의 R&D 생태계는 지나치게 파편화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정부 R&D 예산이 2011년 14조 9000억 원에서 2021년에는 27조 4000억 원으로 80% 이상 확대됐으나 과제당 평균 연구비는 3억 5800만 원에서 3억 6660만 원으로 1000만 원도 오르지 않았다.

퍼즐에 비유하면 퍼즐 조각의 크기는 커지지 않고 개수만 많아져 전체 퍼즐을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이렇게 파편화된 환경에서는 민간 부문과의 협력과 팀워크의 시너지를 만들기가 쉽지 않고 파급력 있는 연구 성과도 나오기 어렵다. 이에 파편화된 과제들을 중·대형화하고 이들을 프로그램 규모로 엮고 또 상호 연계성을 높임으로써 효과성과 파급력 중심의 R&D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20년 만에 대한민국 축구를 다시 월드컵 16강에 올려놓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빛난 것은 오랜 기간 각각의 선수가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훈련과 함께 전략적인 경기 운영이 보태졌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에 있어서도 민간·공공의 각 R&D 주체가 책임감 있게 정확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원팀으로서 유기적 협력을 강화한다면 대한민국호는 머지않아 과학기술에서 역대 최고라는 타이틀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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