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김성한 전 실장이 사퇴한 지 하루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조 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힘을 실었다. 조 실장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 확장 억제 강화 방안과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규제 등 코앞에 닥친 한미정상회담 현안을 조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조 실장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식 업무 개시를 알렸다. 조 실장은 “중차대한 시기에 국가안보실장 자리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당장 오는 4월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실장은 이어 “(윤 대통령 취임 후) 지난 11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인 글로벌 중추 국가 건설을 위해서 주춧돌을 잘 놓았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그 토대 위에 집을 지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를 완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조 실장을 신임 국가안보실장으로 공식 임명했다. 공식 업무에 돌입한 조 실장 앞에 놓인 현안은 만만치 않다. 대통령실의 큰 축인 국가안보실은 이달 한일 정삼회담을 전후로 내부 불협화음은 물론 상대국과와 매끄럽지 못한 협상 과정이 노출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방일 전에 김일범 의전비서관을, 복귀해서는 이문희 외교비서관을 교체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낸 데 더해 김 실장을 자진 사퇴 형식으로 사실상 경질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조 실장은 비서실과의 고질적인 소통 부재 문제 등 불신을 자초했던 내부의 칸막이부터 걷어내야 한다. 조 실장도 이날 취임 소감을 하며 “안보실을 포함한 전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원팀으로 노력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음 달 26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과제들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윤 대통령이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국빈으로 방문하는 만큼 양국의 안보와 경제 관계 역시 격상해야 한다. 전술핵까지 공개한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 실전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핵 자산을 공동으로 기획·운용하는데서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공유’에 준하는 수준의 협의를 다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대표 기업을 옥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영업 기밀까지 요구하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규제 문제도 풀어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조 실장을 전격 기용한 것은 이처럼 난마처럼 얽힌 외교현안들을 풀기 위한 노련한 현장경험의 필요성을 중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이번 인선에 대해 “외교의 디테일을 가미하는데는 현장경험이 있는 조 실장이 더 적합할 수 있다”라며 “숲(큰 그림)과 나무(디테일)를 다 보는 유능한 외교관으로 평가받아서 현 시점에서 적합한 인사”라고 힘을 실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박철희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장을 신임 국립외교원장(차관급)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석사를 거쳐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시절에도 한일관계 개선을 강력히 주문했던 소신파로 평가 받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