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간 유지해온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은 온두라스가 대만 은행들에게 여전히 수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두라스 현지 매체 라프렌사는 26일(현지 시간) 온두라스 정부가 대만 은행에서 빌린 6억 달러(약 7800억 원)에 대한 채무 관계를 아직 청산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정부에서 연간 지불해야 할 금액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해당 자금은 대체로 20년 대출, 10년 6개월 상환 유예 조건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온두라스 정부는 단교와는 별개로 대만에 대한 부채 상환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오 가르시아 온두라스 외교부 차관은 “빚은 빚”이라며 “대만이 우리에게 돈을 빌려준 것은 명백하기 때문에 계속 갚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온두라스의 부채 상환 계획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금융기구와 민간은행 등을 채권자로 한 온두라스의 대외 채무 규모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온두라스 중앙은행(BCH)이 지난달 발행한 ‘공공분야 외채 정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채무는 95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92억 5000만 달러)보다 3억 달러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와 관련해 온두라스는 중국과의 수교를 발표하기 전 대만에 대외채무 재조정(구조조정)을 위해 20억 달러 규모 차관을 요청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온두라스 외교부는 “책임 있는 국가(대만)가 준비금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불행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셉 우 대만 외교장관은 온두라스가 중미 국가들이 5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대가를 요구했다”며 “통화 외교 게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온두라스가 10년째 미국 정부의 대외원조 프로그램(밀레니엄 챌린지 계정) 지원에 탈락한 상황 역시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을 택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온두라스는 26일 베이징에서 중국과 공동성명을 내고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는다고 발표했다. 온두라스 외교부는 “다시는 대만과 공식적은 관계를 맺거나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중국 외교부는 “온두라스의 결정은 올바른 선택”이라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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