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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규제개혁 체감도가 낮은 이유

■오철수 선임기자

尹정부 노력에도 10년째 안줄어

포퓰리즘입법 방치땐 백약 무효

의원입법 영향평가 의무화하고

‘원IN 투OUT 제도’ 도입 서둘러야

오철수 선임기자




정부가 모처럼 대규모 투자 청사진을 내놓았다. 정부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국가첨단산업 육성 전략 및 첨단산업벨트 조성 계획을 밝혔다. 여기서 주목되는 대목은 수도권에 300조 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기업 투자의 걸림돌이 돼온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모습이다. 글로벌 경제 블록화와 경기 침체 조짐 등 국내외 악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규제 개혁 작업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 개혁을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규제의 전봇대’를 제거하기도 했고 ‘손톱 밑 가시’도 뽑아 봤지만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는 여전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 규제는 1만 4961건으로 3년 전(1만 3922건)보다 1000여 건이 늘었다. 10년 전인 2012년(1만 4857건)과 비슷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규제 순위에서 20년째 톱10 안에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의 규제 개혁은 왜 이토록 지지부진한 것일까. 그것은 규제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신설·강화된 법률안 304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89%에 해당하는 271건이 의원입법이었다. 규제 법률 10건 중 9건이 의원입법이라는 얘기다. 의원입법이 문제인 것은 정부에서 발의된 법률안과는 달리 규제영향평가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니 검증도 되지 않은 법률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것을 놔두고 정부만 나서서 규제 개혁을 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독일·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의원입법에 대해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답답한 것은 우리 국회의 대응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의원입법 심사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해놓고는 있지만 ‘입법권 제약’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상태다.

규제는 한번 만들어지면 없애기가 어렵고 개선이나 폐지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규제 신설은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의원입법에 대한 영향평가는 하루 속히 제도화돼야 한다.

이참에 정부가 도입 계획을 밝힌 ‘원인투아웃(One in, Two out)’ 방식의 규제비용감축제도의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최근 무역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벌써 241억 3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지난해 연간 적자(477억 9000만 달러)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정부가 무역금융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당장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묘안은 없는 상태다. 결국은 길게 내다보고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 출발점은 규제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 수도권 대규모 투자만 해도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만일 민주당이 경제 살리기에는 무관심한 채 포퓰리즘 법안만 남발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자국우선주의가 갈수록 심해지는 글로벌 경제 지형도 속에서 경제를 살리는 데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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