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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국수

이재무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

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

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

신혼적 아내의 살결 같구나

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

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

결연의 저, 하얀 순결들!

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

면발 담긴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코밑 거뭇해진 아들과 겸상을 한다



친정 간 아내 지금쯤 화가 어지간히는 풀렸으리라

그래, 탕수육·팔보채·군만두 시키는 것보다 국수를 삶는 게 좋겠다. 찬바람 떠나자마자 냄비 물 올리지 않는 게 좋겠다. 미적거리다 아들이 보챌 즈음 천천히 가스 불 당기는 게 좋겠다. 각진 고속도로 지나 구불구불 친정마을 들어설 즈음, 후루룩 호로록 면치기하는 게 좋겠다. 달랑 깍두기 하나만 놓고 먹는 게 좋겠다. 설거지도 쉬워 먹은 흔적도 없어라. 대체 뭘 먹은 거야. 돌아온 아내가 혀를 차며 저녁상 차릴 때, 재바르게 숟가락이라도 놓는 게 좋겠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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