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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챗GPT 시대, 기자들이 사는 법

■ 김경훈 디지털편집부장

챗GPT 가입자 두달만에 3억명

새 화두 제시 등 아직 제약 있지만

AI가 기자 직업까지 위협 진행중

'발로 뛰어 의미 찾는 역할' 자문을





“미국 의회 연설문도 그럴듯하게 써준다는데 그럼 나도 한 번 해볼까.”

칼럼 마감을 앞두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가 떠올랐다. 전 세계는 이미 비슷한 유혹에 빠져 있다.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선보인 챗GPT는 출시 닷새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페이스북은 10개월이 걸렸고 넷플릭스는 3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열풍은 광풍으로 이어져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 수는 3억 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 명을 돌파했다.

챗GPT가 웹 브라우저, 구글 검색엔진, 아이폰의 뒤를 잇는 정보기술(IT)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빌 게이츠는 ‘최고의 혁신’이라고 평가하면서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라는 질문과 동시에 AI 시대를 마주한 인류의 미래를 두고 “우리 중 일부는 비싼 돈을 들여 교육받았음에도 실직당하거나 훨씬 적은 수입을 올릴지 모른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직업 리스트에 기자는 항상 빠지지 않는다.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기자 1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단 10%만이 AI가 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당시에는 증권 시황 등 템플릿에 데이터를 끼워 넣어 단순 조합하는 수준의 기사가 대부분이었던 탓이다.

하지만 챗GPT로 상징되는 AI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확인시켜준다. 논리적인 데다 완결성까지 갖춘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만능은 아니다. 미국의 IT 매체 씨넷(CNET)은 지난해 11월부터 금융 서비스에 관해 AI가 작성한 기사를 77건 냈는데 이 과정에서 비윤리적 행위가 발각됐다. AI로 기사를 쓰면서도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점에 비판이 쏟아졌다. 더구나 AI가 쓴 기사에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수두룩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학습된 정보를 기반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대화형 AI 기술이다 보니 시점과 정보 입력 오류에 따라 부정확한 답변을 내놓을 때가 적지 않다. 그만큼 챗GPT의 등장은 오히려 검증된 기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자의 핵심 역할인 검증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챗GPT의 등장은 AI가 대체하기 힘든 영역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챗GPT는 온라인 공간에 정보가 제공된 사안을 논리 정연하게 정리하는 데 특화돼 있지만 일반적인 담론을 벗어나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기존에 정립된 내용 외에도 새로운 사건과 이슈에 주목하고 화두를 제시하는 것은 언론과 기자의 변함없는 역할이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나자 약간의 안도감과 함께 이런 생각이 맞는지 챗GPT에 확인받고 싶어 질문을 던졌다. ‘AI가 발전한다고 해도 기자라는 직업이 사라지지는 않겠지.’

10초도 지나지 않아 답이 나왔다.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기자라는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략) 새로운 정보를 찾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구성된 콘텐츠를 작성하는 능력은 아직 AI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AI는 기자의 역할을 보조할 수 있지만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기술적 제약이 존재한다.”

‘아직’ ‘기술적 제약’이라는 말에 식은땀이 흘렀다.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진화를 거듭하는 AI는 또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인류 앞에 나타나 지식산업의 생산성과 사회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고 기자들의 밥줄을 위협할 것이다.

챗GPT 시대 기자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사실들을 종합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발로 뛰는 기자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기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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