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야기한 국제 금융시장 충격이 유가로도 번졌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는 2021년 12월 이후 약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은 15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 하락해 배럴당 73.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1년 12월 이후 1년 4개월여 만의 최저치일 뿐 아니라 일주일 전인 8일(82.66달러)과 비교했을 때 10.8%나 떨어진 가격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도 배럴당 5.2% 떨어진 67.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12월 3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던 유가가 급락한 것은 유럽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의 여파다. 이날 CS의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CS 주가는 장중 30% 가량 폭락했다. BNP파리바, 도이치방크 등 유럽 은행들의 주가도 9~12% 하락했다. 결국 스위스중앙은행(SNBB)이 CS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방안까지 내놓으며 '불 끄기'에 나섰지만 시장에선 미국 중소은행의 도산이 글로벌 금융권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퍼졌고, 이 불안감은 경기 침체 우려로까지 번졌다. 핌코의 그렉 샤레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가 급락은) 금융 부문 위기가 촉발한 경제 성장 우려와 관련이 있다"고 풀이했다.
석유 재고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글로벌 원유 재고가 1월 5290만배럴 증가해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석유 공급에 비해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값은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1% 오른 1931.30달러에 장을 마쳐 지난달 1일 이후 6주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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