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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란듯 더 심해진 타워크레인 태업…"증거 안남기려 전화도 안받아"

강경대응 정부와 건설노조 힘겨루기

거푸집 등 핵심 자재까지 운반 거부

대구선 크레인 올스톱에 공사 차질

勞압박에 비노조 기사 투입도 어려워

운행기록장치 부착 검토한다지만

행정 조치 전까지 이미 피해 극심

"비노조 기사 적극 채용 지침 필요"





“정부가 ‘월례비’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서자 건설노조 소속 기사들의 태업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조종사들이 핵심 자재 인양도 거부하면서 타워크레인도, 공사 현장도 아예 멈췄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증거로 쓰일까 봐 기사들이 아예 전화도 받지 않고 만나주지도 않고 있습니다.”

15일 대구·경북에 위치한 한 전문건설사의 A 대표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해당 건설사가 시공 중인 아파트 현장에는 총 6대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있는데 6대 모두 건설노조 소속의 기사가 작업을 멈추면서 현장은 ‘올스톱’ 됐다.

타워크레인은 철근이나 거푸집 등 자재를 상층부로 옮기는 장비로 고층 건물 공사에서는 필수적이다. 정부가 이달부터 일종의 상납금인 월례비 수수 기사의 면허를 정지하기로 하자 이에 반발한 건설노조 소속 조종사들은 소위 ‘준법투쟁’에 나섰다. 주 52시간 근무 준수 및 강풍·폭우 등 위험한 상황에서는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현장에서는 통상적인 업무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대표는 “준법투쟁을 빌미로 기사들이 태업을 벌이면서 증거도 남기지 않고 있어 신고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는 타워크레인에 운행기록장치 의무 부착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고용노동부·지방자치단체·국토관리청 등과 함께 이달 말까지 전국 오피스텔, 6층 이상 아파트 등 약 700개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타워크레인 태업 특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누적된 피해가 극심하다며 당장 비노조 기사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타워크레인 임대사에 지침을 내려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전문건설사의 B 대표는 “말이 52시간 근무지 태업 기사들은 사실상 하루 1시간만 일하고 퇴근한다”며 “공사 기간이 늦춰질수록 인건비·자재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다가 결국 급한 현장에서 월례비와 비슷한 수고비를 쥐어주게 되면 월례비 지급 중단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의 강경 대응과 건설노조 간 힘겨루기 상황에서 전문건설사들만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실정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90% 이상이 건설노조에 속한 탓에 타워크레인 임대사들이 눈치를 보고 있어 현장에서 비노조원 기사의 채용이 쉽지 않다. 조종사 고용의 주체는 타워크레인 임대사들로 종합건설사로부터 하도급 계약을 맺은 전문건설 업체는 조종사와 고용 관계를 맺지 않는다.

지난달 비노조원 기사 100여 명으로 이뤄진 전국타워크레인기사협회가 출범한 것도 극심해진 태업으로 공사 현장이 차질 빚자 사정이 급한 전문 건설사들이 발 벗고 기사들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협회는 소속 기사들에게 월례비와 일체의 금품 강요, 근무 태만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시 회원 제명 및 현장에서 철수하겠다는 각서도 받았다. 협회는 전문건설사들로 이뤄진 각 지역 철근콘크리트협회와 속속 업무 협약을 체결하면서 전국 공사 현장에 투입될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임대사와의 고용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 근무를 중단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우 전국타워크레인기사협회 회장은 “전문 건설사들이 공기 단축을 위해 우리 협회 기사들을 투입하려고 하지만 노조 압박을 받은 임대사가 비노조원 기사들이 타워크레인을 못 타게 한다”며 “정부에서 비노조 조종사들의 고용률을 높이라는 지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노조원 조종사들을 향한 노조의 압박도 여전하다. 협회는 이달 3일 대구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2차 현장에 타워크레인 기사 2명을 추가 투입했다가 압력에 부딪쳐 철수시켰다. 김 협회장은 “투입을 논의 중인 수도권 현장도 임대사가 노조 눈치를 보고 있어 당초 계획했던 투입 인원 수보다 더 적게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종합건설사를 회원사로 둔 대한건설협회도 10일부터 타워크레인 기사 인력풀 구축에 나선 가운데 비노조 타워크레인 기사를 중심으로 신청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인력풀을 구축해 태업으로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현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통상적인 관행으로 여겨졌던 월례비를 이 기회에 끊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통상적인 근무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어 이를 악용해 태업이 벌어지고 있다”며 “급한 현장에서 수고비 명목으로 지급했던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것을 이 기회에 끊되 장기적으로 타워크레인 임대사의 대형화, 종합건설사의 타워크레인 기사 고용 등 방안도 함께 진행돼야 근본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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