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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중 외교도 국익 우선으로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며칠 전 내외신 기자회견은 전세계가 주목한 이벤트였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할 것인지, 대만 문제와 미중관계 등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등 초미의 관심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시진핑체제가 자신들의 대외정책 기조를 전세계에 알리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이었던 점은 2시간 가량 진행된 질의 응답에서 한국 기자들에게는 질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한반도 관련 사안 역시 단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다. 질문 희망자가 많아서, 아니면 관심 사안이 없었기 때문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질문자는 물론 질문 내용까지도 사전 조율을 거치는 것이 관례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 반도체 대중국 수출규제, 대만 사태,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등등 관심 사안은 차고 넘친다. 중국은 또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하면서 한국은 제외했다.

왜 그랬을까. 여러 얘기가 있지만 중국이 ‘의도적인 무시’로 한국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국의 불만은 다면적이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고,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맞서고, 나토를 아시아로 끌어들이는데 열심이다. 탈중국을 공언하면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과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는 ‘칩4’에도 가입했다.



한국은 지난해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논의하자는 제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은 인권이사회 47개 이사국에 포함돼 찬성·반대·기권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정부는 “규범에 바탕을 둔 국제질서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결정안에 대한 찬성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안은 과거 어느 한국 정부도 건드리지 않았던 금단의 영역이다. 대만·홍콩·신장위구르·티벳은 중국이 국가 핵심 이익으로 설정한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이 연달아 레드 라인을 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 아닌지 중국은 의심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대중국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이런 양국 관계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란 시각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 한중수교 30년간 한국이 대중국 무역에서 거둔 흑자는 7,100억 달러로 작년 한 해 한국의 전체 교역량 6,700억 달러를 웃도는 금액이다. 그런데 상황이 역전됐다. 현 정부가 출범한 작년 5월 이후 금년 1월까지 대중 무역적자는 1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불을 보듯 뻔하다.

외교의 본질은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어느 한쪽 편을 들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약할 뿐 아니라 상황이 바뀔 경우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건 필수다. 그렇다고 중국을 배제하거나 과도하게 자극하는 건 피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결정하는 게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 정권 출범 1년 중국과의 관계를 냉정하게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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