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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준위방폐물법 제정 서둘러야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사용후핵연료 2030년부터 포화

건식 저장시설 확보 더는 못미뤄

사회적 논의에도 갈등·불신 확산

법제화로 방폐물 처리 결단 필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고, 큰 방향을 정하고, 노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달라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며 논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에 의해서든 뭔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시점이 다가온다. 차선이든 차차선이든 그나마 합리적인 선에서 논의하고 대화하고 타협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봉착할 때가 있다. 차일피일 미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혜택은 현 세대가 누리고 부담은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는 연금 문제나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이러한 ‘결정 유예’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정부는 2월 10일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 재산정 결과를 공개하는 대국민 설명회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기초로 원전 건설, 계속운전, 원전 이용률 등의 변화를 반영해 사용후핵연료 발생량과 포화 전망을 재산정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포화 시점이 기존의 예상보다 1~2년 정도 앞당겨져 2030년 한빛원전,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저장시설이 순차적으로 포화된다고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에 대응해 지난달 고리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완공에 7년 남짓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2030년 건식 저장시설 운영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한시적으로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 확보가 필요하지만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은 이러한 저장시설이 영구 처분장화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고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고준위방폐물관리특별법 제정은 긴요하다.



돌이켜보면 1978년 고리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원전이 가동된 이래 우리는 아홉 차례에 걸쳐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은 계속 미뤄졌고 남은 것은 엄청난 사회적 갈등에 따른 상처와 불신뿐이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 시설은 부지 선정과 처분장 건설까지 37년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다.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면 그만큼 사용후핵연료 반출이 늦어져 온갖 사회적 비용과 지역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이제는 부지 선정 절차의 체계적인 진행을 위해 고준위 방폐물 관리 사업을 투명하게 추진할 수 있는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할 때다. 바야흐로 전 국민과 정부, 유관 정책 생태계가 함께 결단과 실천에 서둘러 나설 때다.

국회는 이에 답해 현재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3개 법안에 관한 논의를 합리적인 협의를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해 특별법 제정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정략적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진영 논리에 함몰되거나 좌고우면하는 일은 더 이상 용납이 안 된다. 상황 변화나 시급성을 감안해 각자 구체적이고 면밀한 타협안을 가지고 현실적 방안을 모색하면서 문제 해결과 실천에 나서는 ‘큰 정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시민사회와 언론도 정부와 국회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좀 더 책임성 있게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고준위방폐물관리특별법의 법제화 노력과 함께 우리 사회 전반에 갈등의 빌미가 되는 모호한 법제와 제도 개선 사항을 찾아내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고준위 방폐물과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때 과거의 실패 경험을 거울삼아야 한다. 앞으로 국민과 함께해가는 일련의 개방적인 과정, 다양한 숙의 절차의 중요성과 효능에 더욱 유념하면서 민관 협력과 소통을 위해 한결 성숙하고 열린 자세로 접근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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