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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민들레 방점

권숙월


민들레는 책벌레다 바람의 글씨, 물의 문장, 구름의 책 언제 다 읽어내려는지 시험 공부하듯이 중요한 대목마다 방점을 찍어간다 그의 오래된 꿈은 하늘의 백과사전에 방점을 찍어보는 것이지 아기별들과 밤새워 사전 속 온갖 사연들을 읽는 것이지 부푼 꿈 이루려 날개를 달아보지만 아직은 머나먼 기다림이다 봄이 펼쳐놓은 이야기책에 방점을 찍는 밤이면 그 기다림은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 온다


노랑 형광펜으로 찍어 놓은 까닭에 지나가던 바람도 제 글씨 다시 보고, 시냇물도 제 문장 되새기며 흘러간다. 구름은 뭉게뭉게 새 글귀가 떠올라 소낙비를 갈긴다. 민들레 방점 찍힌 풀밭을 아기염소가 야금야금 읽으며 간다. 중요한 대목마다 뾰족한 발굽으로 진흙 방점을 새로 찍는다. 허공을 읽은 목련은 주먹 만한 방점 옆에 또 방점을 찍는다. 방대한 우주 책이 저마다 찍은 방점으로 빛난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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