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값이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남녀공용) 옷이나 남자 옷을 사요.”
남녀 구분이 없는 옷이나 성별 간 가격 차이가 없는 미용실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여성용’이라는 이유로 가격을 올려받거나, 품질이 낮다는 점에 불만을 느낀 여성들이 남녀공용 제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숏컷 헤어스타일을 즐기는 직장인 김효원(28) 씨는 “대부분 미용실에서 같은 서비스를 해도 여성에게 더 비싼 비용을 받는다”며 “숏컷을 유지하기 위해 기장만 살짝 다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에 김 씨는 몇 차례 의문을 제기했지만, 미용실 측은 “남자는 요구하는 게 적어서 적게 받는다”는 시원찮은 해명을 내놨다. 숏컷 스타일을 선호하는 또 다른 여성 박 모(26) 씨도 “남녀 가격 차이가 없는 미용실을 검색해보고 간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SNS 상엔 ‘핑크 택스(동일한 상품·서비스인데도 여성용 가격을 남성용보다 비싸게 매기는 것) 없는 미용실 리스트’를 정리한 계정도 등장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미용실은 ‘커트 남녀차별 없는 미용실’을 인터넷 검색 홍보 문구로 내세웠다. 해당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는 “최근에 홍보 문구를 보고 오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의류업계에서도 유니섹스를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박 모(28) 씨는 최근 몇 년 간 남성용 의류만 구매해 입는다. 그는 “같은 디자인에 동일한 재질인데도 여성용 의류는 유독 더 가격이 비싸거나 품질이 낮은 경우가 있어 불쾌했다”며 “지금은 슬랙스부터 잠옷, 속옷까지도 남성용만 산다”고 밝혔다.
대학생 김 모(22) 씨 역시 “여성용 의류는 손 빨래로 조심스럽게 세탁해도 금새 헤져 매번 다시 사는 게 부담이었다”며 “남녀공용 옷을 사기 시작한 이후엔 옷 수명이 늘어나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업계에서도 성별 간 경계를 허문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7월 나이키는 서울 홍대 인근에 나이키 최초로 ‘젠더 플루이드(성 정체성이 고정돼있지 않고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 매장을 열었다. 해당 매장은 남성복과 여성복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나이키 관계자는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에 소비자들은 가격 차이가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며 “관련 업계도 바뀌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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