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4일 개막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맞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유럽과 미국을 향한 언급에서 다소간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미국과 관련해선 중국에 ‘왕따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반면 유럽에 대해서는 “수년간 쌓인 광범위한 공동 이익과 협력 기반이 있다”고 유화적 발언을 하며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
왕차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전인대 연례회의 개막 전날인 지난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인대는 중국의 의회 격이지만,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라는 점에서 이날 기자회견은 정부의 입장을 언급하는 자리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중국에 대한 외국의 제재에 대해 ‘왕따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법을 위반해 가며 국내법의 역외 적용을 남용하고, 외국의 단체·개인을 탄압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의 확대를 추진 중인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왕 대변인은 “이러한 괴롭힘은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확대 관할’로 비판받고 있다”며 “중국은 이러한 행태를 단호히 반대하며, 무리한 탄압과 거친 내정 간섭 행위에 대해 ‘반(反)외국제재법’ 등을 도입해 반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외국제재법에 대해서는 “중국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과 국민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단호히 반격하는 것은 정당하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럽과의 관계를 묻자 왕 대변인은 “중국과 유럽 사이에는 근본적인 전략적 불일치나 충돌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유럽은 역사·문화, 이데올로기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부 문제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갖는 것은 정상이며, 건설적인 태도로 소통과 협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은 항상 유럽을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로 간주하고 유럽연합(EU)의 전략적 자주성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측이 기후변화 등 글로벌 도전에 공동 대응하고, 핫이슈의 정치적 해결을 촉진해 세계 평화와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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